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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Dec 20. 2022

인생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

2022년, A선배님의 정년퇴직 축하사

어린 시절, 2022년쯤 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탈 수 있고 달나라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2022년이 되었지만 내가 주문한 전기차는 2년 넘게 기다려야 하고, 달나라는 커녕 대기권 100km까지 무중력 체험을 하는데 1~5억원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세상의 일들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체험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A선배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1986년 7월 21일 월요일, 만 24세 청춘의 나이로 입사를 했는데 어느덧 만 60세를 훌쩍 넘어서 2022년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36년 5개월 A선배님의 직장생활을 복기해보며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진 않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강렬한 진실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저압보일러 운전계의 모습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예전에 회사에는 저압보일러가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회사에 폐열보일러가 설치되기 전에 현장에 스팀을 공급하는 주 설비가 바로 저압보일러였습니다. A선배님은 가슴속의 열정을 태워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일러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또한 세상에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오랫동안 전해주는 마음 따뜻한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A선배님은 늘 웃으며 남에게 받기보다는 주는 걸 좋아하시는 가슴 따뜻한 보일러 같은 분입니다.


둘째, 대의를 위해서 댓가 없이 희생하는 공정직의 모습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회사에서 공정직은 늘 월말, 분기말, 연말 결산으로 특정 기간에는 밤샘, 야근, 특근이 일상입니다. 그 기간에는 휴가도 마음대로 갈 수 없습니다. 저압보일러를 운전하다가 아무도 공직직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현실 앞에서 A선배님은 대의를 위해서 익숙한 업무에서 새로운 공정직 업무를 맡으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큰 인정을 받는 일보다는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묵묵히 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A선배님의 희생하신 시간과 노고에 깊은 감사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셋째, 마지막으로 바꾸신 에너지진단직의 모습입니다. 선배님이 저희 팀으로 부서이동이 되고 나서 저와 인사면담을 했습니다. 그때 선배님께서는 공정직에서 에너지진단직으로 직무 변경을 요청하셨습니다. 정년퇴직할 때는 원래 본인이 했던 현장업무를 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무실에서 현장으로 근무장소를 바꾸고 회사에서 에너지패트롤, 안전관리 등 현장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셨습니다. 저는 A선배님께서 앞으로도 가족, 지인 및 직장동료들의 마음을 진단해주셔서 힐링 에너지를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축사를 간단히 마치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회사에 들어와서 언젠가는 회사에서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떠나게 됩니다. A선배님은 만 36년 5개월의 시간 동안 저압보일러와 같은 따스함, 공정직을 수행하던 희생정신, 설비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진단하는 진단직을 수행하셨습니다. 36년 5개월, 365일 일 년 내내 마음 뜨거운 로맨티시스트 A선배님의 정년퇴직을 축하드립니다.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진 않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신 A선배님께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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