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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an 13. 2023

더 퍼스트 슬램덩크

왼손은 거들뿐

주말에 아내와 함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았다. 대학시절, 챔프가 나오는 날이 되면 친구들과 시내 서점으로 가서 하나 사오면 친구들이 돌려가며 보던 그 만화였다. 90년대를 10~20대를 보낸 X세대(지금은 아재세대)에게 슬램덩크는 고된 학창생활과 청춘을 방황하는 우리의 림을 온통 흔들어낸 “슬램덩크”였다.


만화책을 돌려보며, 친구들끼리 “왼손을 거들뿐”, “불꽃남자 정대만”, “제 전성기는 지금입니다. “ 등과 같은 대사들을 따라 하곤 했다. 그때 그 시절에 즐겨보던 만화책은 드래곤볼, 열혈강호, 헌터X헌터, 나루토, 소마신화전기, 용비불패 등을 보면서 20대를 오롯이 보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산왕공고와의 마지막 경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10초도 안 남기고, 마지막 공격기회를 서태웅이 잡게 되고, 빠르게 드리블하고 치고 나가다가 상대팀 디펜스에 막히자 서태웅이 골박스 안에 서 있던 강백호에게 공을 패스한다. 그리고 강백호는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명대사를 날리고 마지막 슛을 쏜다. 그리고 그 골은 버저비터가 되어 북산을 승리로 이끌고, 강백호와 서태웅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농구에서 슛을 쏠 때는 오른손 스냅을 이용해서 투하되는 공에 힘을 가한다. 여기서 힘이란 스칼라(Scala)를 의미한다. 그리고 왼손은 공이 힘을 가해질 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 흔들리지 않도록 밑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동시에 공의 궤적을 조정하는 방향성(Vector)을 결정한다.


공이 골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힘의 크기(Scala) 뿐만 아니라 방향성을 가질 수 있는 벡터(Vector)일 때 가능하다. 북산의 에이스는 “서태웅“이고, 그를 중심으로 점수를 얻고 승리한다. 하지만 강백호의 투지와 리바운드가 없다면, 팀으로서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 서태웅이 오른손이라면 강백호는 왼손인 셈이다. 농구에서는 ”왼손은 거들뿐“이라고 말하지만, 왼손이 없다면 슛을 골로 연결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마이클 조던도 만약 스커트 피펜과 데이스 로드맨이 없다면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그토록 오랫동안 향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왼손은 거들뿐”이라고 말하지만 왼손이 없이 오른손으로만 슛을 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우리는 “왼손”의 겸손함과 소중함을 배우고 느껴야 한다. 과연 나에게 “왼손”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난 “왼손을 거들뿐”이라며 골박스 안에서 강백호처럼 서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1초를 남겨두고 점프슛을 하며 버저비터를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바운드를 장악해야 경기를 승리할 수 있다는 그 의미를 다시 기억해 낸다. 림을 튕겨나가 튀어 오르는 공을 끝까지 잡아 리바운드를 할 수 있도록 오늘도 다시 삶이라는 농구코트에 뛰어든다. 20대 청춘에 행복, 재미, 인생의 의미를 가르쳐준 “슬램덩크”을 다시 보며 다시 한번 삶을 뒤돌아 본다.


“왼손은 거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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