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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24. 2023

같은 목적지에 이르는 두 가지 길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

대학시절 물리학을 전공선택 과목으로 들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F=ma, 플레밍의 왼손법칙 등을 암기하며 배웠던 물리를 대학교에서 물리학 전공 교수님으로부터 과학의 역사와 함께 배우니, 머리는 어질어질했지만 학문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배웠습니다.


물리학1에서는 고전역학을 주로 공부하며, 제1우주속도, 제2우주속도 등을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물리학2에서는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들이 펼쳐졌습니다. 교수님은 신이 나셨는지 행렬과 미분방정식을 쉼 없이 칠판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교수님이 토해내는 사자후에 수많은 학생들이 KO를 당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저는 정신줄을 단단히 묶고,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이해해 보려고 정신적 사투를 벌였습니다.


그때 제가 기억했던 단초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이 표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두 체계가 양자역학을 이해하는데 동일한 방식이었습니다. 해석의 대상이 동일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하나는 선형대수학의 대표인 “행렬역학”이고, 또 하나가 해석기하학의 대표인 “파동 편미분방정식”입니다.


저는 개념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심플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행렬역학과 파동방정식을 보며, 과학도 미술이나 음악처럼 아름답고 심미적으로 행복함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생도 양자역학처럼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결국 설명하는 체계가 동일할지도 모릅니다. 마치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가 그러했듯 말입니다.


어제 하나의 문제해결(복수기 진공도 향상)을 위해서 각자 두 회사의 진영에 있는 분들이 만났습니다. 한쪽은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을 대표하고, 다른 한쪽은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대표합니다. 서로 각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해석을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결국 두 해석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저도 내 입장만이 유일하다고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이 저와는 전혀 다른 파동방정식으로 그 문제를 해석하더라도 겸손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진리에 이르는 길은 외길이 아닌 두 길이 하나로 만나는 갈림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언컨대, 두 회사에서 각기 해석하는 두 가지 해석법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려서 길이 남을 이정표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내 방법도 목적지에 다다르는 길이자, 상대방의 방법도 목적지에 이르는 또 다른 길임을 믿어주고 이해하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같은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은 행렬, 편미분방정식 모두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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