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Feb 25. 2016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 #8

8편. 움베르토 에코, 중세로부터 온 시그널 (부제 : 에코로부터)

#6편을 쓰고 #7편을 건너뛰고 #8편을 먼저 씁니다. 브런치를 통해서 글을 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봅니다. 첫 번째 시도는 #0편을 쓴 것이고, 두 번째 시도는 #5편을 #5+i편, #5+2i편 (차후에 #5+5i편까지 쓸 예정)을 나누어 쓴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시도는 #6편을 쓰고 #7편을 이어 쓰지 않고 #8편을 쓰는 것입니다. 애초 홀수 편과 짝수 편으로 나누어 쓰겠다고 했습니다. 홀수 편, 짝수 편은 각기 다른 방식과 초점을 가지고 쓴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이번 #8편은 최근 제가 그토록 좋아했던 작가 중 한 명인 움베르코 에코의 죽음을 계기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7편을 이어  쓰기보다는 #8편을 먼저 씁니다. #8편을 #7편이라고 써놔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고, 아무도 이상해하지 않을 터입니다. 그렇지만 #8편을 #7편이라고 써버리면, 홀수 편에 있는 #1,#3,#5+i,#5+2i 친구들이 아마도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짝수 편 친구들도 같은 마음일 터입니다. 


스스로 정해놓은 글의 세계에 정해놓은 규칙을 사소하더라도 흘려보내지 않고 지킵니다. 글을 쓴 순서가 서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방법을 뒤틀어 아주 사소한 시도를 해보는 것 자체가 움베르토 에코가 지향했던 글쓰기 정신 아니었을까요? 이 글을 쓰는 방식과 내용이 움베르토 에코에게 바치는 오마주입니다.


8편. 움베르토 에코, 중세로부터 온 시그널 (부제 : 에코로부터)

움베르토 에코 (1932 ~ 2016)


최근에 TvN 드라마 시그널을 보다가 묘하게 움베르토 에코와의 연관성이 뇌리에 박혔다. 키워드는 과거로부터의 시그널, 메시지였다. 드라마 시그널은 과거 조진웅이 보낸 무전기 시그널을 현재의 이제훈이 받아서 김혜수와 함께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한다. 움베르코 에코는 중세와 기호학의 대가이다. 움베르토 에코도 그의 글쓰기를 통해 중세로 일어난 사건, 이야기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그널을 보낸다. 조진웅으로부터 받은 시그널을 이제훈은 무시하지 않고 그 의미를 되뇌고 현재의 장기미제를 풀어낸다. 움베르토 에코가 보낸 중세에 일어났던 시그널 또한 장기미제 사건이다. 그의 대표작 "장미의 이름"을 통해 움베르토 에코가 중세로부터 보내온 시그널을 받아보자. 


중세에는 신의 이름으로 왕의 이름으로 인간을 억누르던 시대였다. 신의 이름을 빌려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이 없는 자들을 억누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화형 하던 시절이었다.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다'이란 구절이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을 읽어본 사람들이 모두 독살을 당했다. 그 금서를 읽는 것 하나만으로도 신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신의 이름으로 죽이는 것이 소중한 사명이 된다.


에코는 우리에게 시그널을 보낸다. 지금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말한다. 그 중세시대의 시그널이 지금도 장기미제 사건이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 지금도 "법칙"라는 미명 하에 권력을 가진 자가 인터넷에 댓글 쓰는 거 하나만으로도 "종복"으로 몰아 기소하고 있다. 복면을 쓰면 "IS"가 되고, 그저 모여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임을 "테러"로 규정하고 있다. 에코는 중세의 문제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마치 산 메아리처럼 "야호"하고 외치면 에코가 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책 말미에 “찬란했던 옛 장미는 이제는 그  이름뿐....”이란 구절이 나온다. 중세 유럽엔 장미가 왕가를 상징했다. 그 유명한 영국과 프랑스의 중세 전쟁 또한 장미전쟁이었다. 장미는 왕으로 상징되는 "절대권력"을 상징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중세의 유명한 대표적인 두 수도회는 프란체스코, 베네딕트이다. 프란체스코라는 장미가 베네딕트라는 장미에 찾아간다. 왕이라는 장미의 명령을 받고 수도원 장미를 조사한다. 에코는 곳곳마다 장미의 이름을 대조하여 소설을 구성했다.


찬란했던 옛 장미는 이제는 그  이름뿐이다. 부르봉 왕조, 나폴레옹, 고레스, 칭기즈칸 등 인류에 등장했던 수 많은 장미들이 이제는 그  이름뿐이다. 중세의 장미가 현대의 장미에게 묻는다. 현대의 장미는 그  이름뿐인 장미의 이름으로 여전히 사람들을 마녀로 몰고 억누른다.


장미의 이름으로 자행했던 수많은 장기미제사건들에 대해 에코는 다시 되묻는다. 움베르토 에코는 중세로부터 온 시그널이다. 또한 그 시그널은 에코로부터 온 또 다른 질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  이름뿐인 장미의 이름으로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 댓글을 쓰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는다. "찬란했던 옛 장미는 이제는 그  이름뿐"이란 구절은 움베르토 에코가 중세로부터 현재의 우리에게 보내는 시그널이다. 


마지막으로 장미의 이름 책 서문 끝에 있는 글로 마무리한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1980년 1월 5일


P.S 1 움베르토 에코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수였다. 볼로냐 대학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고 한다. 1088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나 실제로는 더 오래되었다고 한다. 에코에서 보낸 볼로냐 대학은 중세의 짙은 흔적이 배어나왔을 것이다. 21세기 볼로냐는 세계 오래된 대학을 보유한 동시에 새로운 경제적 시도인 '협동조합'의 도시이기도 하다. 움베르토 에코, 중세로부터 온 시그널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 


P.S 2 오늘 아침 책장에 꽂혀 있는 "장미의 이름" 상권을 다시 꺼내들어 읽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소설로 써보는 한동대 이야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