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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n 09. 2023

꿈의 오케스트라, 봄날 오후를 적시다.

나만 잘하면 된다!

안녕하세요. 정윤식입니다.

5.24일 점심시간에 우리 공장 대다수 상주근무자는 11시 20분쯤에 역사박물관으로 이동했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해서 주로 각 지역별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악기를 배우고,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오늘 포항 Park1538을 방문한 꿈의 오케스트라는 포항지역의 기반으로 초중고 학생들과 음악강사들이 태풍 힌남로로 고생이 많은 포항제철소 근로자를 위로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공연이었습니다.

 

한낮이라 햇빛이 제법 강력해서, 역사박물관 앞에 높여진 플라스틱 의자에 앉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공장 직원들이 앞에서부터 착착 채워서 공연좌석을 전세를 내고 봤습니다. 처음 20여분은 리허설 공연으로 시작했는데, 도저히 자리를 뜰 수 없어서 12시 35분까지 공연을 꽉꽉 채워서 봤습니다.

 

학생들의 연주하는 음악은 음악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야말로 뜨거운 위로와 응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연거푸 브라보와 앵콜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소심하게 작게 브라보를 외쳤는데, 다음번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호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연주를 마치고,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저, A부공장장님, B 파트장님이 반강제 인터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그날 연주회에 참석한 모든 직원들이 나른한 봄날 점심이 한동안 회자되는 추억이 되었기를 소원해 봅니다.

 

그날 버거킹에서 사 온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인터뷰한 내용이 기억이 났습니다. 조성진 씨가 세계적인 베를린 필하모니와 협연을 하였습니다. 그때 인터뷰에서 조성진 씨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자가 "베를린 필하모니와 처음 연주하는 그 순간 어땠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조성진 씨는 "해보니깐 단원들도 너무 친절했고.. 오케스트라도 잘하고.. 이제 저만 잘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 사실은 제일 편안한 상황인데요."

 

저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공장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고, 일도 너무 잘해요. 이제 나만 잘하면 되는 거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지난번에 얘기했듯이, 저는 한 음으로 연주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악기와 음악이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 되어 연주하는 게 더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 공장도 그런 의미에서 "꿈의 오케스트라"인 셈입니다. 저마다 다른 음색, 악기, 상황이 있지만, 각자가 맡은 역할에 맞춰서 때로는 주 멜로디로, 때로는 다른 사람을 받쳐주는 화음으로 조화(하모니)를 이루면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좋습니다.

 

우리 공장 직원분들은 더 잘할 필요도 없고, 더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이 맡은 악기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합주하며 다른 음을 내지만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시면 됩니다. 이제 저만 잘하면 되는 겁니다. 제가 잘할 수 있도록 저에게 조언, 코치, 응원, 위로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우리 공장, 꿈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하는 저는 저만의 음색과 맡은 역할로 함께 잘 협연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우리 공장, 꿈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협연자였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협연을 하는 마지막 날까지 저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가 포항제철소의 꿈의 오케스트라 우리 공장 직원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그날 봄날 오후에 음악과 위로로 우리의 마음을 적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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