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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Nov 03. 2023

총대와 펜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느덧 벌써 직장생활을 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 2004년 1월에 첫 직장생활을 했고, 2024년 1월이면 만 20년이 된다. 공장, 본사 등을 오가며, 직장생활을 해왔고, 지금은 회사 중간관리자로 작은 공장의 장을 맡고 있는데, 이제 손에 익은 업무와 사람 사이에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어제 회식을 하다가 첫 근무가 본사인 입사 3년 차 직원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장과 본사 사이의 차이점과 장단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나도 생각해 보니 20년 기간 동안 8년은 본사에서 12년은 공장에서 근무를 했었다. 본사에서는 펜대를 굴리고, 공장에서는 총대를 메고 다녔다.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고 본사에서 펜대를 굴리는 사람은 현장의 어려움을 모르고 표면적으로 맞는 얘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본사에서 근무하지 않고, 공장에서 총대만 들고 다닌 사람은 중장기적인 방향보다는 지금 당장 급한 일만 해내기 급급한 경향이 있다.


요즘 미자야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란 영화가 상영 중이다. 난 현장에서 총대를 메지 않고, 펜대만 굴리는 사람이 되진 않았는지? 또한 본사에 근무할 때 제멋대로 현장을 재단하고, 현장에서 땀 흘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쉽게 단정하진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펜대를 굴리는 자는 총대를 메는 사람의 땀을 기억해야 하고, 총대를 메는 자는 펜대를 굴리는 사람의 꿈을 믿어야 한다. 총대외 펜대는 숟가락과 젓가락처럼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각자 함께 식사의 도구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국을 젓가락으로 떠먹을 수 없고, 깻잎을 숟가락으로 뗄 수 없는 노릇이다.


나는 지금 총대를 메는 위치에 있지만, 언젠가 펜대를 굴리는 위치에 갈 수도 있다. 그리고 총대를 메는 사람은 펜대를 굴리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펜대를 굴리는 사람은 총대를 메는 사람을 무시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인생이란 펜대와 총대를 함께 굴리고 메는 길임을 알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에 나는 오늘도 펜대를 굴려 글을 쓰고, 총대를 메고 현장을 누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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