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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Dec 15. 2023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안녕하세요? 다들 잘 들어가셨나요?

저는 어제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 5시 50분쯤 일어나서 저희 집에서 어제 회식 식당까지 걸어서 가니 약 36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는 때마침 비가 오지 않아서, 서늘한 강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걷고 걸었습니다.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고, 구름뒤로 태양이 어슴프레 보일락 말락 할 때쯤 차에 도착해서 회사로 올 수 있었습니다.

 

요즘 형산강 주변이나 철길숲 길을 산책하면서 바람, 별, 달, 해, 강, 바다, 나무 등 자연을 음미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저도 50이 몇 개의 봉우리만 넘으면 보이는 곳에 이르러서인지, 삶과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 듯합니다. 어제는 우연찮게 프랑스 론와인만 준비하게 되었고, 박OO, 권OO 후배님과 즐겁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와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아침에 형산강을 걸으면서, 강(River)에 대해서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들을 여기서 나눠볼까 합니다. 1993년, 즉 권OO 후배님께서 태어나기 전에 한국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미국 중서부 몬태나 주에 살고 있던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 영화 덕분에 올해에 미국 몬태나 블랙풋(Blackfoot) 강에도 가봤습니다. 언제 시간 될 때 한번 보세요. 인생이 마치 흐르는 강물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첫째로 강은 때론 굽이치고, 때론 도도히 흘려갑니다.

강의 직선거리와 강의 총길이의 비율은 대체적으로 원주율의 1/2 (π/2)에 가깝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형산강의 발원지에서 형산강 끝을 직선거리로는 대략 41km인데, 형산강의 총길이는 63km입니다. 그러니깐 41 x 3.14/2 = 64.4km입니다. 나일강, 미시시피강도 대략적으로 직선의 거리와 총길이의 비율이 대략 π/2 라니, 신기합니다. 처음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인생도 강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짧은 삶을 살던, 긴 삶을 살던 직선거리로 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살다 보면, 산을 만나서 협곡으로 강이 흐리고, 때론 길이 끊겨서 폭포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굽이돌고 돌아서 결국에는 바다에 이르게 되면 그 긴 여정은 π/2로 수렴하게 됩니다. 지금 인생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져도 물은 굽이 돌아서 가고, 때로는 길이 끊어져서

엄청난 낙차로 폭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종국에는 바다에 이르게 되면 굽이치던 강줄기도 점점 넓어지고 곧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다고 절망하지 말고, 지금 좋다고 해서 내일도 좋다고 낙관해서도 안됩니다. 그저 강물이 되어 흘러가면 언젠가는 바다에 이르게 됩니다.

 

둘째로 강은 중간중간에 다른 강과 만나 합류하여 흘러갑니다. 세상에 어떤 강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물줄기로 나가지 않습니다. 중간에 자그만 실개천이 합류하기도 하고, 강보다 작은 천들이 모여들어서

결국엔 큰 강이 됩니다. 한강도 태백산에서 발원하여 나오지만, 중간에 수많은 작은 천들이 하나씩 합류합니다. 중간에 중랑천, 안양천, 탄천, 청계천들이 각자 발원해서 큰 한강과 만나서 서해로 빠져나갑니다. 우리도 제각기 인생을 살다가, 포스코라는 큰 강에 합류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윤식천, 효선천, 혜령천, 민지천들이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20대에 포스코라는 강을 만나서 합류해서 함께 바다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웃기도 하고, 함께 물놀이도 하고, 함께 한강유람선을 타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이름으로 만났지만, 결국에는 한강이 되어서 흘러갑니다.

 

마지막으로 강은 물류를 일으키고, 주변에 사람들을 모이게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도시와 마을은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강은 산에 비해서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은 우선

배를 통해서 물류를 활성화시킵니다. 상류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강을 타고 와서 하류에 이르러서 물류의 중심을 이룹니다. 육송보다도 훨씬 더 저렴하게 화물과 사람을 운송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 주변에는 풍부한 수량으로 인해서 거대한 평야가 생겨나고 거기서 많은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는 한강, 평양에는 대동강, 부산에는 낙동강이 있고, 거기에는 각각 김포평야, 김해평야와 같은 곳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에 남아서 이루고 싶은 꿈은 바로 흐르는 강물처럼 내가 있는 곳에서 물류가 일어나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였으면 합니다.

 

이제 글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회사는 3~4년만 다니고 해외에 박사 갈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토플, GRE 시험도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석사 담당지도교수가 방문교수로 가 있던 미국 퍼듀대 실험실로 갈려고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3~4년만 더 다닌다는 계획은 이제 내년이면 만 20년이 됩니다. 또 20~30대 제가 바라보던 공장장/리더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점이 들었는데, 지금은 40대 후반이 되어 어쩌다 보니 겨우겨우 공장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장애물을 만나면 때론 굽이 쳐서 돌아가지만, 종국에는 거대한 물줄기가 되어 바다로 나아가렵니다. 또한 나 혼자 나아가지 않고, 주변에 수많은 천들과 만나서 함께 울고 웃으며 흘러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있는 곳에서 물류가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강물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윤식천이 효선천, 혜령천, 민지천을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여정에 길에 함께 하며, 함께 깊은 넓은 바다로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정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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