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을 이루는 일과 사람을 살리는 일
훈장의 역사는 로마군에서 시작합니다. 로마군에서는 전쟁에 승리한 개선장군, 성벽에 가장 먼저 올라간 군인에게 월계관을 수여합니다. 전쟁에 승리한 장군은 네 마리 말이 이끄는 전차를 타고 로마시내를 퍼레이드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게 됩니다. 또한 전쟁을 시작할 때 적군의 성벽에 가장 먼저 올라간 사람은 보통 전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적을 가장 많이 죽이거나 전쟁에서 공이 많은 사람에게는 로마군에서 가장 영예로운 월계수 잎으로 만든 월계관을 수여받습니다. 그래서 통상 공이 많은 사람에게 수여하는 제1의 훈장이 바로 월계관입니다.
이에 반해 시민관은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 아니라, 내 동료를 구한 사람에게 떡갈나무 잎으로 만든 상을 줍니다. 그리고 시민관의 수상방식은 생명을 구원받은 사람이 직접 증언을 하고 증인을 되어야만 수상이 인정됩니다. 또한 평상시에도 시민관을 쓰고 다닐 자격이 주어지며, 시민관을 쓰고 다니면 원로원 의원(지금으로 치면 국회의원) 의전을 받게 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아들인 옥타비아누스가 악티움 해전에서 정적인 안토니우스를 무찌르고, 로마 제정시대의 초대 황제로 등극하게 됩니다. 이때 옥타비아누스는 아우구스투스(가장 존엄한 자)라는 칭호를 받게 되고, 시민관을 쓰고 다닐 수 있는 영예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 이후의 황제들은 월계관 대신에 시민관을 쓰게 됩니다. 내전으로부터 로마시민의 생명을 구했다는 의미로 시민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OO님의 동탑산업훈장이 과연 월계관인지 시민관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OO님은 세계 최고의 고로 전문가로 인정을 받으셨고, 수많은 기술적인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그리고 과연 네 마리 말을 이끄는 전차를 타고 개선장군이 되실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또한 고로가 위태로울 때 가장 먼저 고로 운전실에 오셔서 전투를 진두지휘하셨으니 성벽관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제1의 훈장은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어지는 월계관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OO님의 동탑산업훈장이 월계관이 아닌 시민관으로 느껴졌습니다. OO님께서는 수많은 포스코인들과 포스코인들이 건사하는 가족들을 구하신 분이십니다. OO님께서 고로에서 100일 동안 사투를 벌일 때에는 저 같은 무지렁이 같은 어리고 미숙한 직원들이 밤잠을 편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OO님께서는 마음 졸이며, 절박하고 간절하게 일한 시간에 저 같은 사람은 가족들과 단란하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께서 쓰신 시간과 열정이 저에게는 평온한 일상을 건져주었습니다.
또한 당신이 일구신 일들과 업적들 덕분에 회사가 돈을 벌고, 그 돈을 제가 월급으로 받아서 가족들과 함께 끼니걱정하지 않고 감사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당신께서는 공을 세우기 위해서 간절하게 절박하게 고로에서 사투를 벌이신 게 아니라, 저희와 같은 포스코인들과 그 식솔을 구하기 위해서 그토록 간절하게 인생을 살아오셨습니다. 저는 이제 제가 집안에 가장이 되고, 회사에서 팀장이 되어서야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힌남노 때 그 많은 사람들이 간절하게 절실하게 회사를 지켜온 것은 공을 세우기 위함이 아니라 내 회사, 내 가정을 구하기 위한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부족하고 짧은 글을 마치겠습니다. 당신의 동탑산업훈장은 월계관이 아닌 시민관입니다. 공을 세운 자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지만, 동료를 구한 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당신의 시민관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후배들도 당신처럼 일생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내가 희생하고, 뿌린 열매와 영광은 내 가족, 내 동료를 구하는 시민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먼 땅 인도네시아에서 밥 먹고, 가족들이 편안하게 잘 지낼 수 있던 이유는 바로 당신의 시민관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 보답을 본받아서 실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