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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08. 2016

소설로 써보는 한동대 이야기 #6

6편. 당신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있나?

어제 인턴사원으로 잠시 인연을 맺은 학생으로부터 합격이란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합격한 터라 무척이나 기뻤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렇게 기뻐했습니다. 제가 딱히 도와준 것도 없는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서 머쓱해졌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여러 관문을 거치게 됩니다. 저도 합격 관문을 통과하기도 하고, 합격 관문보다 더 많은 불합격 관문도 통과했습니다. 불합격 관문을 지나는 순간에는 스스로 원망도 해보기도 하고, 한 잔 술에 취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합격 관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저라는 사람이 "불합격"은 아녔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불합격의 실망도 저를 키워낸 것입니다. 따사로운 햇빛 만이 아니라 비바람 몰아치는 태풍을 견디어야 함을 잊고 있었습니다. 합격의 초심을 잊지 않고, 불합격의 실망에 휩싸이지 않으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3. 한 손엔 기술, 한 손엔 복음.. 당신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있나?


로마인 이야기 4권에 보면 "허영"과 "야망"이라는 관점에서 술라,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키케로, 브루투스를 비교하는 대목이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재미있는 관점에서 로마인을 평가한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난 여기서 "실력"과 "신앙"이라는 관점에서 한동대를 평가하고 싶다. 그 실력이 기술로 대표되고, 신앙은 복음으로 대표된다. (여기서 기술은 꼭 Technology 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총장님이 자주 쓰시는 "탁월한 학문"과 "깊은 영성"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한동대학생, 교수 등 한동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실력이라는 x축과 신앙이라는 y축을 기준으로 점을 찍어본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어디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을까? 여기서도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둘 다 excellent 한 사람은 20% 내외 남짓일 것이다. 


나도 올해로 직장생활이 만으로 12년 째이다. 다른 대학 출신들과 자연스레 비교를 당하기도 하고, 나도 다른 사람처럼 누군가를 평가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력이다. 탁월함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난 한동대 출신이 모두 탁월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가 탁월하다는 것도 절대로 아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회사를 포함한 어떤 조직 내에서 실력이 없이 계속 지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회사 내에서는 민폐 직원이고, 문제 직원이면서 교회에서는 “좋은 집사님”으로 불리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삶에 대한 치열함 없이 하루하루 버티다 살아가는 교인들이 의외로 많다. 직장생활에서 누군가를 냉정하게 평가할 때 “실력 또는 역량”이 가장 우선이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게으름에 유혹에 빠진다. 또한 현실과 자꾸 타협하고 싶어 진다.


학교 다닐 때도 신앙 프로그램, HANST, 제자훈련 등을 다 참석해서 열심히 사는 친구들을 봤다. 물론 신앙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나이는 학창 시절이다. 제발… 신앙으로 실력을 커버하려고 하지 말자.


실력은 출중하지만 신앙이 받쳐주지 않으면, 나중에 주목받지만 변할 수 있다. 신앙은 출중하지만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첨부터 주목하지 않는다. 


한동대는 사랑으로 가득한 학교이다. 교수님도 아버지, 어머니 같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실력을 쌓지 않는 교수님, 학생들이 있어도 책망받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고 한다. 교수님의 역할 중 하나는 연구에 있다. 일 년에 논문 한편 써보지 않는 교수님, 어려운 공부를 피해서 이리저리 전과하고 쉬운 전공만 택하려는 학생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기 원한다. 나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다. 다시 돌아가 보면.. 실력이 출중하지만 신앙이 안 받쳐준 “삼손”, 신앙은 출중하지만 실력은 안 받쳐준 “많은 사람들”, 신앙과 실력도 출중한 “요셉, 다윗” 같은 사람들…


앞으로의 한동대는 20년 전에 입학했던 95학번을 시작해서 연속으로 세상에서 테스트를 받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당당히 실력 있음을 증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이 해오던 신앙생활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저 교회에서만 “좋은 집사님”들로 남아 있을지, 아니면 세상에 영향력이 있는 세대로 거듭 날지는 우리의 행동과 태도에 달려 있다. 난 지금 이 시대의 사명 중에 하나는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다. 우리들의 신앙 선배들은 출애굽 시절 지녔던 구습(북한에 대한 레드 콤플렉스, 빨갱이 사상, 보수적인 신앙 색채)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그들의 세대가 다 지나고 40년이 흘러야 새로운 세대가 가나안이라는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 


난 1990년 이후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가 40~50대가 되면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에 이를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 세대는 좌우이념 대결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 그리고 기복신앙화 되어 있는 색채로부터도 자유롭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과 신앙을 겸비하는 사람을 거듭나야 한다. 


P.S1 이 글은 게으름에 유혹에 빠져 자꾸만 안주하려만 드는 나에게 쓰는 글입니다. 다시금 마음을 추슬러 한 손엔 기술, 한 손엔 복음을 들고 살아가렵니다. 

P.S2 다시 한번 합격한 그 학생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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