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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Vales bene, Valeo

by 정윤식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씨 발레 베네, 발레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로마 공화정 키케로가 아내에게 편지를 쓸 때 보낸 편지 머리글에 썼던 위 문구는 2천 년이 훌쩍 지나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안부 인사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잘 지내고 계시면,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어느 한순간, 기간 동안 포항 어느 건물 2층과 3층에서 만났고, 지금은 우리 모두 서로 다른 부서, 다른 공간에서 떨어져 지내고 있습니다. 각자의 처한 환경에서 때로는 분투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좌절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내 자신을 보면서 대견스럽기도 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당신이 잘 있나요? 당신이 잘 지내고 있지 못하다면, 저 또한 잘 지내지 못합니다.

당신이 잘 있나요? 당신이 잘 지내고 있으면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에서 유명한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두 개 이상의 양자가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의존한다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두 양자 중에 하나가 포항에 있고, 또 다른 양자가 인도네시아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포항에 있는 양자 상태가 바뀌면 그 즉시 인도네시아에 있는 양자의 상태도 함께 바뀌게 됩니다.

두 양자가 서로 전화를 한 것도 아니고, 두 양자가 서로 사전에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양자 1개가 바뀌면

그 즉시 다른 양자도 상태가 바뀌는 게 신기하고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2천 년 전 키케로는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씨 발레 베네, 발레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살아도, 서로 같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양자 얽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당신이 힘들어한다면, 두 손을 뻗어서 손을 잡아주고,

당신이 힘들어한다면, 카톡으로 안부인사를 전하고, 카톡 선물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왠지... 5천 킬로 떨어져 있는 당신들이 잘 지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양자얽힘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잘 지내고 있다면,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면, 우리의 위로가 필요하고

당신이 잘 지내고 있다면, 나도 그 힘을 받아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힘들어할 때 함께 울어주고,

외로울 때 얘기를 들어주고,

점심시간에 만나 수다를 떨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Si Vales bene, Valeo....

당신이 잘 있으면, 저도 잘 지냅니다.

내가 힘을 내어, 당신들에게 힘을 전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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