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과 날씨

날줄과 씨줄을 엮다.

by 정윤식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한국은 5.5일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겹치면서 5.6일이 대체휴일이었더라고요. 여기 인도네시아는 부처님 오신 날이 음력 4월 15일이라서 양력으로 환산하면 5월 12일 월요일에 쉽니다.

인도, 중국, 한국은 북방불교에 영향을 받아서 음력 4월 8일을 석가탄신일로 기념하고,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남방불교에 영향을 받아 음력 4월 15일을 석가탄신일로 정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영향인지 음력 대신 양력을 지켜서 양력 4월 8일을 석가탄신일로 정한다고 하네요.

아무튼,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셨습니다.

회사 홍보게시글에 "뜨개질" 봉사하는 사람이 어디선가 많이 본 분이라 오래간만에 안부인사드립니다. 저도 뜨개질은 안 해봤지만, 아내가 뜨개질해서 선물해 준 목도리를 몇 년간 쓰고 다녔습니다.

뜨개질을 하면 날줄과 씨줄을 서로 엮습니다. 날줄은 세로 방향이고, 씨줄은 가로 방향입니다. 날줄 만으로

뜨개질을 할 수 없고, 씨줄 만으로도 뜨개줄을 할 수 없습니다. 날줄 한번, 씨줄 한 번씩 교차해야 뜨개질이

완성됩니다. 날줄(세로)을 한번 했다면, 씨줄(가로)로 반드시 이어줘야 합니다.

날줄과 씨줄을 1번씩 교차하는 건, 중용과 사뭇 많이 다릅니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중용 또는 중도의 의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Work)과 삶(Life)을 날줄과 씨줄로 이어지는 뜨개질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현대 자본주의는 부르주아적 삶을 강요합니다. 성실, 근면, 관료, 수익, 성장 등 자본주의적 날줄(세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일터(직장, 사업)에서 잠시 빗겨 난 삶은 보헤미안적 삶을 지향합니다. 휴식, 멍 때리기, 휴가, 욜로, 에피쿠로스 등은 쾌락주의적 씨줄(가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직장인에게 일이란 매달 월급통장에 입금되는 기본급, 성과급이란 보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중요한 날줄입니다. 또한 퇴근 후, 연휴, 주말에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씨줄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뜨개질은 날줄(Work)과 씨줄(Life)이 교차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뜨개질을 하다 보면, 나를 위한 선물이 되었던,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날씨는 날(세로)과 씨(가로)가 합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인생의 날씨는 이렇게 세로와 가로가 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오늘의 날씨가 더울 수도 있고, 추울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쨍쨍한 햇볕을 보여주다가, 오후에는 금세 먹구름으로 덮여서 천둥 번개가 치기도 합니다. 인생의 날씨는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뜨개질은 날줄과 씨줄을 한 번씩 교차해서 완성할 수 있습니다.

5월 어느 화창한 날씨를 보며, 나의 인생이 우리의 인생이 날줄과 씨줄로 엮여서 하루하루 찬란하게 엮여가길 기원해 봅니다. 비 오는 날씨이던, 화창한 날씨 이던 간에 우리는 모두 한 땀 한 땀 묵묵히 날줄과 씨줄을 엮어서 뜨개질하는 부르주아적이면서도 보헤미안적으로 살아갑시다.

2025.5.7일

5월의 찬란한 날씨 아래 인생의 뜨개질을 생각해 봅니다.

정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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