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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28. 2015

사랑, 부부싸움 그리고 소수(Prime Number)

사랑, 부부싸움 그리고 소수(Prime Number)


2,3,5,7,11,13,17,19,23... 숫자들의 행열이 시작된다. 처음엔 주변에 있는 키 작은 친구들이 줄지어 나오는가 싶더니 덩치가 큰 사람이  등장할수록 등장하는 간격이 점점 벌어진다. 마치 태양계를 중심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까지 거의 등간격으로 고만고만한 행성들이 나타나다가, 멀찍히 떨어져서 토성, 목성이 등장하는 형태와 비슷하다. 물론 목성 다음에는 다시 고만고만한 천왕성, 해왕성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간격만큼은 처음엔 촘촘했지만 뒤로  갈수록 띄엄띄엄 등장하는 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소수들도 마치 그 크기(Magnitude)와 간격(Span)을 어느 정도 지켜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수는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질서에 속해 있지 않고, 그들만의 Rule에 따라서 움직이는  듯하다. 그리고 수많은 인류의 천재들은  떨어지는 사과 대신에 종이 위에 끄적거리는 소수에 대해서 고민하고 정수론이라는 학문을 이룩하였다.  그리고  그중에 한 사람이 프랑스의 수도사인 메르센이다. 메르센 수는 2의 거듭제곱에서 1이 모자란 숫자를 의미한다. Mn = 2^n -  1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3 = 2^2 - 1, 7 = 2^3 -  1로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15는 2^4 -  1을 만족하지만 소수가 아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메르센 소수는 총 48개 이고  그중에 가장 큰 수는 자릿수가 17,425,170에 이른다. 


그렇다고 모든 소수가 메르센 수의 형태로 표현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드면 11은 소수이지만, 메르센 수는 아닌 셈이다. 메르센 소수는 그 수의 특이성 때문에 컴퓨터의 도움으로 발견될 수 있고, 그 특이점 때문에 메르센 수가 무한이 있는지 없는지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인데, 아직까지 메르센 수가 무한이 많다는 건 증명되지 않았다. 


참 거창하게도 글을 시작해 놓았다. 소수라는 수의 정의는 1과 자신 외에는 인수분해가 되지 않는 수를 의미한다. 즉 1과 자신 말고는 그 수를 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3 = 1 * 3이고 11 = 1 * 11을 의미한다. 그러니깐 1와 자신 밖에 남지 않는 수가 소수이다. 사랑도 이와 비슷하다.


사랑은 1과 자신 외에는 두 곱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누군가 (1)과 자신 밖에는 그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 사랑을 뜨겁게 시작하지도, 냉정하게 끝내지도 못하다. 다른 사람이 소개하여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삼각관계가 되기도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사랑은 오롯이 사랑하는 누군가(1)과 자신의 곱의 몫인 셈이다.


사랑은 그렇게 뜨겁게 시작된다. 마치 소수들의 행렬처럼 말이다.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들이 좁은 간격으로 등장한다. 또한 결혼한 두 부부가 부부싸움도 좁은 간격으로 등장한다. 사랑이란 감정과 그 감정으로 야기된 부부싸움(또는 사랑싸움)이란 또 다른 쌍둥이는 그렇게 소수처럼 좁은 간격으로 등장한다. 초기단계에서는 그 크기(Magnitude)가 비교적 적은 경우에 속한다. 왜 당신은 양말을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는 건지.. 왜 당신은 화장실에서 나올 때 불을 안 끄고 나오는지.. 그렇게 사소하지만 잦은 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은 1과 자신과의 곱이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흐르면 그 잦았던 사랑의 뜨거운 마음과 다툼의 이란성 쌍둥이는 그 크기가 커진다. 그리고 그 간격은 점점 듬성등성해진다. 


그리고 그 엄청난 수를 만나게 되면 그 수가 소수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2147483647이란 수는 메르센 수인데, 이 수가 소수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린 좀 더 많은 계산을 해야 한다. 그 뜨겁던 사랑은 그 시간적 간격이 점점 벌어지면 그 사랑이 사랑인지 아닌지 검증하기가 어려워진다. 옆에 있는 남편과 아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존경, 동지애, 애처로움, 정 등 복잡한 감정의 덩어리로 변한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본질은 언제나 1과 자신의 곱이다. 


"님하,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나오는 노부부의 사랑과 막 사랑을 꽃피우는 수지와 이민호의 사랑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1과 자신의 곱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노부부의 사랑은 2,3 5,7과 같은 소소한 소수들의 간격을 훌쩍 넘어서 아마도 엄청 커버린 메르센 수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랑이 메르센 수가 되진 않는다. 누구나 소소하게 작은 문제들을 거치고, 자주 싸우다가 띄엄띄엄 싸우게 되어 점점 그 수가 커진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는 메르센 수가 무한히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소수가 무한히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사랑, 부부싸움 그리고 소수는 1과 자신의 곱이며, 작지만 잦은 간격으로 나타나지만 언젠가 점점 커지고 넓은 간격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 수가 점점  커질수록 사랑인지, 소수인지 점점 식별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사랑과 소수는 1과 자신의 곱이며, 아직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하다는 것이다. 그대는 그대 자신을 표현할 단 한명의 1을 가졌는가? 그러면 단 한명의 1을 뜨겁게 사랑하자. 그리고 그 사랑은 무한할 거라도 굳게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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