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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04. 2016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 #7

7편. 힐베르트의 23가지 문제 (부제 : 문제가 문제다.)

수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그저 대학에서 공업수학 1,2 두 과목을 들었던 게 전부였습니다. 수학을 배워야 하는 필수적인 이유는 기계, 전자공학에서 꼭 필요한 언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수론, 해석기하학, 위상수학과 같은 순수 수학보다는 미적분, 행렬, 선형대수와 같은 응용 수학을 배워야 그나마 다른 수업을 겨우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간혹 교수님께서 수업 전에 맛보기로 들려주셨던 천재 수학자 가우스, 오일러, 라플라스, 갈리아 등의 이야기는 저에게는 역사 속 한니발, 스키피오, 카이사르, 나폴레옹과 동급 이상의 넘사벽 스토리와 같았습니다. 그러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푼 앤드류 와일즈의 멋진 얘기에 매료되어 수학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순수 수학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수학계의 슈퍼스타 중 한 명인 힐베르트 얘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7편. 힐베르트의 23가지 문제 (부제 : 문제가 문제다.)

2000년 1월 1일은 전 세계가 뉴밀레니엄의 시작이라고 새로운 희망으로 들썩였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세상의 모든 컴퓨터들이 Y2K 문제로 인해서 먹통이 되어서 인류의 문명이 뒤죽박죽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도 엄습했다. 그렇다면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1900년에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 수학자 회의가 열렸다. 4년마다 열리는 이 회의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도 국제 수학자 회의에서 수상한다. 20세기 초반, 유럽은 증기기관으로 대변되는 산업혁명으로 벅찬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 식민지 경영을 통해서 수많은 물자를 수출하고 수입했다. 아직까지 1914년에 발발한 세계 1차 대전의 어두운 미래는 아직도 먼 얘기였다.


독일 출신 수학자인 다비드 힐베르트는 파리 회의에서 20세기 풀어야 할 10가지 문제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 후에 13가지 문제를 추가하여 총 23가지 문제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중에는 20세기를 넘어서 21세기까지 풀지 못한 난제들도 남아있다. 그중에 유명한 문제 중 하나가 2번째 문제인 "산술의 공리들이 무모순임을 증명하라"는 힐베르트의 제자인 쿠르트 괴델이 증명한다. 일명 불완전성의 정리라고 일컫는 증명에 의해서 "산술의 공리들이 무모순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라고 증명해버린 것이다.


스승이 이룩하고자 했던 합리적인 수학의 공리 체계를 그 수제자가 허물어버린 것이다. 수학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도 시중에 괴델의 정리에 대해서 쉽게 쓴 책들이 있는데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레베카 골드스타인의 "불완전성 (쿠르트 괴델의 증명과 역설)"을 추천한다. 2번째 문제 외에 8번째 문제인 리만가설과 골드바흐의 추측도 유명한 문제이다.


힐베르트는 스스로 뛰어난 수학자인 동시에 23가지 문제를 제안한 더 위대한 수학자이다. 수학 문제나 세상 문제나 문제를 푸는 것도 무척이나 어렵고 중요하다. 하지만 그 문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파장을 더 깊게 이해하고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능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진 않는다. 아주 가끔 인류사에서 선견지명을 가진 선각자나 선지자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화두를 던진다.


조직이나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풀어야 할 재무적, 기술적, 투자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각 분야에서 그 문제의 디테일을 풀어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문제의 현상과 본질을 구분하여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얘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몸에 열이 나면 해열제를 주어야 하는 대증적 치료가 아니라 열이 나게 하는 원인을 본질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다비드 힐베르트는 10가지 문제를 인류에게 제시했다. 그리고 13가지 문제를 추가해서 23가지 문제를 20세기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얘기했다. "문제가 문제다"라고 말한 선언적 도발이었다. 모두가 문제는 풀어야 할 대상이고, 풀 수 있다고 믿을 때에 어떤 누군가는 "문제가 문제다"라고 말할 수 있다. 힐베르트가 제시한 문제 중 하나는 그의 수제자에 의해서 풀어지고 그가 믿었던 수학 체계가 무모순함을 증명할 수 없다고 증명되었지만 수학이 무너진 건 아니다.


당신에게 있어 23가지 문제는 무엇인가? 꼭 그 문제들을 풀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의 인생을 바꾸고 중요한 23가지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가 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 23가지 문제를 당신은 가지고 있는가?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면, 그 문제들을 스스로 찾아야 할 시간이다.


P.S  이제 단 #9편만 남았습니다. 마지막 9편의 제목은 "리만가설과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마지막 1편을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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