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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11. 2016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멘토의 자격

 인류 역사상 단일 인물로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일까? 고대 로마사에는 쥴리어스 시저가 손꼽힐 테고, 중세사에는 사를 대제를 얘기할 수 있다. 한국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한 사람만을 꼽는다면, 세종대왕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IT강국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글이다. 그리고 제조업을 이렇게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쉽게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종대왕을 제외하고 이순신, 이성계, 정도전, 이황, 이이, 정약용 등과 같은 쟁쟁한 인물 들도 빼놓을 수 없다. 대략 지폐에 나오는 인물이 이황(천원), 이이(오천원), 세종대왕(만원), 신사임당(오만원)이니 네 분만 설명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4명 중에 3명이 이씨 성을 가졌고(세종의 이름은 이도이다.), 나머지 1명 조차 이씨에게 시집을 갔으니, 4명이 직접, 간접적으로 이씨와 연관이 있는 셈이다.


 그러면 인류의 역사, 문화, 경제 등 거의 대부분에 걸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논란의 여지는 많겠지만 세계 3대 성인이라고 일컫는 소크라테스, 예수, 부처를 꼽을 수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도 빼놓을 순 없다. 전 세계의 인구의 80% 정도가 4명의 종교나 철학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럼 이들이 당대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기로 하자.


 여기 4명은 모두 제자를 두었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이라는 불세출의 철학자를 제자로 두었고, 예수는 베드로, 바울을 비롯하여 12명의 제자를 두었다. 부처도 10대 제자를 두었고, 마호메트도 제자를 두었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당대보다 후대에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사상과 말을 전파할 수 있는 제자를 양육했기 때문이다.

 

 4명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그들 모두 본인 스스로 교리를 책으로 발행하지 않았다. 그 어느 누구도 단 한 권의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제자들이 받아 적어서 후대에 책으로 만들었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친 사람들 치고는 "글"을 남기지 않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4명은 모두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승이자 멘토임에 틀림이 없다. 그 멘토 중에 한 명인 예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얘기해보자.


 예수가 길을 걸어다가 눈먼 맹인이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하게 생각해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이에 예수가 "내가 너한테 뭘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어본다. 맹인 왈 "선생님, 눈을 뜨게 해주세요"라고 답하였다. 그런데 예수는 "그래, 내가 너의 눈을 뜨게 해줄게.. 눈을 떠봐라"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 말 대신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라고 생뚱맞은 답을 한다.

 

 마치 병원에 간 환자가 의사에게 "의사 선생님, 배가 많이 아픕니다. 진찰해주셔서 고쳐주세요"라고 말하자 의사가 "그래요. 장염이 걸린 것 같네요. 주사 한 대 맞으시고, 약 받아 가세요"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믿음이 장념을 고치게 했습니다."라고 말한 셈이다. 왜 예수는 뜬금없이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라고 말하였을까?


 이 세상에 많은 고민과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구세주, 메시아"를 꿈꾼다. 자신의 문제나 환경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사람을 꿈꾼다. 여자들은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한 판타지가 있고, 남자들은 한 나라나 회사를 전제적으로 이끌 "현명한 독재자"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왜냐면, 문제의 해결을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그 문제를 돌파할 의지, 열정, 노력, 믿음에 기대기보다는 그저 토닥토닥 두드려 주거나 한 방에 문제를 해결해줄 "멘토"에 대한 환상을 꿈꾸는 게 훨씬 쉽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치자. 그 문제가 해결되면 내 인생이 만사형통일까? 서울대에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나?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문제가 해결되었나?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가 그렇게 갈망했던 많은 소원들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과연 행복할까?


 결국 "내 믿음이 나를 구원하게 된다." 내 믿음이란 내가 100%로 믿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My faith (내 믿음)에서 Faith 보다 중요한 건 My라는 단어다. 내가 결국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움직이는 행동, 노력, 열정이 중요하다. 갑자기 딴 세상에 뚝 떨어진 멘토의 한 마디가 우리를 구원해주지 않는다. TV에서 나오는 수많은 스승과 멘토들이 좋은 말을 해주어도 결국 "내 믿음"이 "나"를 구원한다.


 가장 훌륭한 스승은 제자들을 잘 가르치는 데 있지 않다. 가장 훌륭한 멘토는 멘티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라고 말한다. 그 말은 제자들이 스승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승이 전하고자 한 뜻을 기록하고 자기화하라는 의미인 셈이다.


 하수상한 시절일수록 사람들은 "메시아"를 찾는다. 그리고 거짓 메시아가 여기저기에 출몰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달콤한 거짓말을 쏟는다. 또한 과거 자신의 성공스토리에 기대어 지금 세대에게 "나약하다"라고 질타를 쏟기도 하고, 동점심에 기대 사탕발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다윗의 자손 예수는 이렇게 말한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당신의 삶을 구원할 이는 "당신의 환상"이 아니라 "당신의 믿음"이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네 믿음"이 아니라 "내 믿음"인 셈이다. 우리 모두 "내 믿음"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내가 생각하는 바, 내가 믿고 있는 바를 좀 더 경청해보자. 내가 잘하는 거, 내가 하고 싶은 거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자. 더 이상 "남의 믿음"이나 "남의 생각"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도록 하자. 결국 "내 인생"을 구원할 이는 "내 믿음"인 셈이다.


P.S 오랫동안 쉬었는데, 다시 여러 가지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까 합니다. 지난번에는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다소 앞섰는데, 이번에는 "내 글"을 "내 맘"대로 쓸 요량입니다.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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