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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23. 2016

유영석 - #1. 푸른하늘이 된 남자

우리가 사랑한 4대 음악 석학 : 유영석 편

 1992년 어느 날,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에 영어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말고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셨다. 유영석이라는 가수를 아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를 포함한 친구들은 다 모르는 눈치였는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셨다. 유영석이라는 사람은 경기도 유명한 공대(아주대 공대)에 다니다가 음악을 한다고 서울예전에 다시 진학해서 지금은 음악인으로 살아간다는 그런 얘기였다. 그리고 유영석의 아버지는 고위 공무원인데, 아들이 음악 한다고 반대하지 않고 잘 이끌어줬다는 얘기였다. 20년이 지나도록 그 선생님이 말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날 이후, 난 레코드 가게에서 푸른하늘 1집을 샀고, 유영석이라는 또 한 명의 "석학"을 만나게 되었다. 안정된 진로를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유영석의 노래가 궁금했고, 아들의 선택을 지지해준 유영석의 아버지가 궁금했다. 1992년, 영어 선생님이 우리에게 들려주신 얘기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2차 방정식, 연립 2차 방정식, 행렬을 푸는 것보다 100배 중요한 것이, 가장 기초적인 1차 방정식인 나의 꿈 x 가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푸른 하늘과 푸른하늘의 차이가 무엇일까? 그저 띄어쓰기 하나일 뿐이지만, 두 단어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옥외광고물등관리법",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이란 법률이 있다. 지금은 법률도 띄어쓰기를 허용했지만, 대한민국의 법률은 오랫동안 띄어쓰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법률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을 것일까?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들려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일제시대의 잔재였을까? 어떤 주장이던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난 법률을 띄어쓰기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법률 그 자체가 명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푸른 하늘"은 하늘인데, 노란 하늘도 아니고, 검은 하늘도 아니고, "푸른" 하늘임을 강조한다. 사람이 보는 관점에 따라 "푸른" 하늘이 될 수 도 있고 "검푸른" 하늘도 될 수 있다. 아니면 "높은" 하늘도 될 수 도 있다. 같은 하늘을 쳐다보고 저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하늘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푸른하늘"이라고 하면, 푸른하늘로 지목되어 버린다. "푸른 하늘"은 형용사 + 명사이지만 "푸른하늘"은 명사가 된다.


 유영석은 "푸른 하늘"이란 그룹이 아니라 "푸른하늘"이란 그룹으로 데뷔했다. 1988년 3월에 발매된 1집의 타이틀은 "겨울바다"였다. 결코 "푸른하늘"이 아니었다. 아마도 데뷔 앨범인 1집은 대중적으로 히트를 쳐야 했기에 아직도 여전히 바람이 매서운 3월에 "겨울바다"라는 곡을 발표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1,2집을 거쳐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어느 정도 확보한 이후에 "푸른하늘" 그룹이 생각하는 "푸른하늘"이란 노래를 발표한다.


 "나의 마음 언제나 푸른 하늘처럼 맑을래"라고 노래한다. 유영석은 스스로 언제나 "푸른 하늘"처럼 맑고 싶다고 노래했다. "내 모습 언제나 밝게 만들어준 푸른 하늘"이라고 노래한다. 유영석은 말 그대로 "푸른하늘"이 되고 싶어 했다. "때론 거센 바람 불고 슬픈 비에 젖지만, 이내 회색구름 걷혀 세상 밝히는" 이렇게 노래했다. 유영석은 그 스스로 "푸른하늘"이 되고 싶어 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슬프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회색 구름이 걷혀 세상을 밝히는 "푸른하늘"이고 싶어 했다.

 

 유영석은 남들이 둥글게 살라고 해도 "네모의 꿈"을 꾸었고, "못생긴 얼굴에 작은 키"로도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자아도취"에 빠져 살았다. "비록 그날이 우리가 이마를 맞댄 채 입맞춤하는 아름다운 날이 아닌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잊혀져가게 될 각자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그런 슬픈 날이라 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노래한 "사랑 그대로의 사랑"으로도 행복해했다. 


 유영석은 상황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변하는 "푸른 하늘"이 아닌 거센 비바람이 불고, 회색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도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푸른하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미소년 보이이스로 노래하는 "푸른하늘"이 되었다. 


P.S. 다음 편 제목은 '유영석 - #2. 파란 잉크를 가진 화이트 물감'입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한 명을 주제로 총 3편에 걸쳐서 연재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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