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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15. 2017

라라랜드에 들어가고 싶은 그대에게

'랜드'에 들어가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영화의 첫 장면은 LA로 들어가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시작된다. 쉴 새 없이 이어져 있는 차량들 속에서 한 여인이 "Another Day of Sun"이란 노래를 부르며 시작한다. 매일 아침 서울랜드로 들어갈려는 경부고속도로도 똑같다. 일상이 있는 집은 '라라랜드'와 멀리 떨어져 있다. 매일 아침 꿈과 돈을 찾아서 출근한다. LA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는 화창한 아침햇살 아래에서 "Another Day of Sun"이란 노래를 부르지만 서울로 들어가는 경부고속도로에서는 아직 어스름한 새벽이라 "Another Day of Moon"이란 제목으로 바꿔야 할지 모른다.


 저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공간인 '랜드'로 들어가기 원한다. 하지만 '랜드' 속 도심에 살기 위해서는 비싼 집값, 월세, 생활비를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꽉막힌 고속도로에서 시간을 보낸다. 엠마 톤슨은 친환경 프리우스를 타고 '랜드'에 입성하기 위해서 오디션 대사를 연습하고, 라이언 고슬링은 구형 오픈카의 오래된 카세트를 Rewind시키거나 방송국 채널을 자꾸 넘긴다. '랜드'는 성공의 상징이고, '랜드'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언제나 고속도로는 꽉 막힌다.

 

타워팰리스, 반포자이, 목동 하이페리온에 살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현실은 남양주, 구리, 의정부, 김포 등 서울랜드 위성도시에서 동서남북으로 북적이며 서울로 들어온다. 들어오는 길에 수많은 '라'와 '라'는 성공을 위해서 영어단어를 외우기도 하고, 공무원 시험 문제를 풀기도 한다. 또한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무료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스마트폰 게임, 동영상도 보기도 한다.


'랜드'에 들어가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난 무엇을 하고 있나? '랜드'에 가기 위한 오디션 대사를 외우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음악을 듣기 위해서 라디오 채널을 옮기고 있는가? 그 무엇이었던 '라'와 '라'는 만났다. 뒤에서 클락션을 울리고 라이언 고슬링이 옆으로 지나간다. 손으로 욕을 가르키며 지나간다. 꽉 막힌 도로에서 무슨 짓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손을 욕을 해대던 고속도로에서, 리알토 극장에서는 두 손을 마주 잡는다. 바로 그 곳은 '라라랜드'의 리알토 극장이다. 엠마 톤슨은 지루한 남자친구와의 더블데이트에서 자리를 박차고, 리알토 극장으로 향한다. 그 극장에서 두 사람은 마침내 두 손을 잡고 사랑을 시작한다. 리알토하면 생각나는 것이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이다. 리알토 다리는 한 쪽 뚝과 다른 편 뚝을 연결해주는 유명한 다리이다. 바로 리알토 극장에서 너무나도 다른 꿈을 꾸고, 너무나도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진 두 사람이 '연결'된다.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사는 '라'와 '라'였지만 리알토 극장에서 그 둘은 연결된다.


 리알토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가 끊겨버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영화 마지막 장면의 장소인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한다. 그 곳에서 땅인 '랜드'를 박차고 올라 하늘로 날아오른다. 별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과학의 총아인 천문대에서 그들은 '별'들이 반짝이는 구름 위를 지나 하늘로 떠올라 거기서 멋있는 춤을 춘다. 비록 우리가 이 땅인 '랜드'에 발 붙여 살지만, 그 발을 한 발 떼어서 하늘을 날아가야 한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왈츠 춤을 춘 것 처럼 말이다.


'라라랜드'는 서로 다른 꿈을 까진 두 사람이 '랜드'에서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그 얘기를 겨울, 봄, 여름, 가을, 5년 후 겨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리고 그 라라랜드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으로 향하는 출근길 꽉 막힌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랜드'에 향하는 라이언 고슬링은 어느 식당에서 피아노 알바로 일하고, '랜드'로 향하는 엠마 톰슨은 영화 세트장 커피샵 카운터 알바로 일한다. '랜드'는 우리의 꿈이 있는 무지개 저 너머(Over the Rainbow)일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랜드'는 리알토 극장이나 리알토 다리이다. 미아가 지루한 표정으로 남자친구와 더블데이트를 하다가 벌떡 일어나 리알토 극장으로 향했듯이, 우리 곁에 소중한 사람과의 오랜된 극장에서의 영화 한 편 보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영화가 끊겨도, 다시 그 사람과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서 왈츠를 추며 그토록 바래왔던 '랜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라야 한다. 라라랜드는 우리가 정말 원했던 배우의 꿈, 여행의 꿈, 작가의 꿈만이 행복이 아니라 누군가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일상을 나누고, 또 그 사람과 치킨에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그 시간이 '라라랜드'임을 알려준다. 자! 이제 우리도 미아처럼 자리를 막차고 '리알토 극장'으로 달려가자. 그리고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그 사람과 둘이서 왈츠 춤을 춰보자.


P.S 1편은 '라'와 '라'에 대한 사람의 얘기였고, 2편은 '랜드'에 대한 장소의 얘기였습니다. 3편은 바로 라라랜드에서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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