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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16. 2017

라라랜드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대에게

What a waste of a lovely night

 드디어 라라랜드의 본편 마지막입니다. 1편에서는 '라'와'라'의 사람의 얘기였고, 2편은 '랜드'의 공간의 얘기였습니다. 마지막은 '라라랜드'에서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편을 끝내고 나서는 번외편으로 라라랜드의 음악얘기 1편, 영화얘기 1편 이렇게 2편 더 적을 예정입니다. 한편으로는 하루에 글 하나 쓰기가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저도 마음껏 시간을 쪼개어 라라랜드 OST를 들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편 마지막 편이 이어집니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어느 파티장에서 만나고,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맘에 들지 않은 남자로부터 떨어지기 위해서 미아는 집으로 돌아가는 세바스찬을 애타고 부릅니다. "조지 마이클"이라고 목소리 높여 부르고, 두 사람은 가로등 불켜진 어느 산능선에 이릅니다. 그리고 둘이서 탭댄스를 추며 "A Lovely Night"란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두 사람은 서로 밀당을 합니다. 세바스찬은 '너는 나의 이상향이 아니다.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What a waste of a lovely night"이라 노래합니다. 이에 질세라 미아는 '폴리에스테르 정장을 입은 당신은 귀엽긴 하지만 너한테 빠진게 아니다. 자기는 별로 감흥이 없다고 없다'고 말하고 "What a waste of a lovely night"이라 노래합니다.그렇게 두 사람은 밀당과 썸을 탑니다. 사랑에 빠진 다른 연인에게는 저녁 노을이 지고 있는 여기가 "멋지고 낭만적인 저녁"일지 모르지만,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은 두 사람에게는 'A lovely night'도 'What a waste of a lovely night'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겨울에서 시작해서, 봄, 여름, 가을로 이어집니다. 겨울은 두 사람이 서로의 꿈에 닿지 못한 채 좌절하기도 하고 조롱받기도 합니다. 봄은 드디어 두 사람이 만나서 밀당을 합니다. 리알토 극장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뜨거운 여름을 보냅니다. 그리고 세바스찬은 자신이 원하는 낮은 도의 음악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높은 도의 음악을 연주합니다. 미아는 미아대로 자신만의 연극 시나리오를 쓰며 리허설 준비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사랑할 시간도 없고, 사랑하는 맘이 떨어지는(Fall) 가을을 지냅니다. 세바스찬은 앨범 자킷 사진촬영 때문에 미아의 초연에도 가지 못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바쁜 나날 가운데 점점 멀어집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세바스찬의 결정과 미아의 결정이 많이도 대비됩니다. 미아는 예전 남자친구와의 더블데이트에서 자리를 박차고 세바스찬과의 약속을 지켜려 리알토 극장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앨범사진을 찍는 그 시간, 그 자리를 박차지 못하고, 미아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연극이 끝나서야 리알토 극장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다음에 잘할께라고 얘기하지만, 미아는 전부다 끝났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미아는 그 자리를 벗어서 네바다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갑니다. 그 날 밤은 사실 'A lovely nigth'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 자리를 박차지 못하고, 왔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세바스찬과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초연에 대한 실망으로 상심한 미아에게는 'What a waste of a lovely night'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둘은 떨어져 지내고, 세바스찬은 한 통의 오디션 전화를 받고 미아를 찾으러 갑니다. 그리고 함께 오디션을 보고, 그 때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서 사랑의 약속을 합니다. 막상 낮이 되어서 올라오니 그렇게 멋진 곳은 아니라는 말을 함께 건넵니다.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 그 말이 그 밤엔 정말 멋졌는데, 이제 두 사람에게 겨울이 찾아옵니다. 그 겨울은 다음 해 겨울이 아니라 5년 후 겨울입니다.


 관객들은 두 사람이 5년 후에도 함께 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지만, 5년 후 겨울에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삽니다. 그렇게 영화는 이어지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을 얘기합니다. 꿈이 달랐던 두 사람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원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꿈을 가졌고, 한 사람은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가졌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합니다. 우리는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나 "영원한 동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다가 헤어지만 그 사람과의 기억과 사랑이 "What a waste of a lovely night"이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사랑의 완성은 "사랑 그 자체"입니다. 그 날 저녁 밀당의 기억도, 그 날 저녁 헤어짐의 아픔도 "사랑"입니다. 'A lovely night'을 'a waste'라고 생각하지만 그 때 그 시간만은 사랑이었습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5년 후 겨울을 겪습니다. 하지만 세바스찬과 미아에게 소중한 건..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바빠서 서로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자, 세바스찬은 깜짝 파티를 하고, 요리도 해서 미아의 마음을 감동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순간의 감동보다 더 중요한 건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안정된 밴드에 들어가서 안정된 삶을 꿈꾸지만, 결국엔 안정된 밴드로 인해서 미아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아이다호에 주도 보이즈에 가서 멋진 시간을 보내자는 세바스찬의 제안은 그저 자신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큰 애 초등학교 입학식에 못 갔습니다. 아내와 할아버지, 할머니는 참석했습니다. 그 때 저는 참석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때 그 자리를 박차고 입학식에 참석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What a waste of a lovely night'가 아니라 'A lovely night'이 되었을 겁니다. 사랑의 완성은 먼 훗날 영원히 함께하는 5년 후 겨울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은 "지금"입니다. 지금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멋지지 않은 그리피스 천문대에 낮에 올라와도 사랑하는 그 사람과 지금 함께 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 사람과 사랑하고 있다면 지금 함께 해야 합니다.


P.S 본 3편은 이걸로 마칩니다. 하지만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다음 2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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