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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17. 2017

세바스찬의 라라랜드, 감독의 라라랜드, 미아의 라라랜드

Epilogue, The End and City of Stars

 드디어 이제 맘편히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애초에는 이 글을 제일 먼저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개괄적인 얘기를 시작하지 않고서는 번외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해서 본편 3편을 썼습니다. 하지만 총 5편으로 구성되는 라라랜드 글쓰기 연작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을 꼽으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글을 선택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거나 읽은 후에 꼭 영화 OST를 들어보길 강추드립니다.


 라라랜드의 백미 중에 하나는 미아가 남편과 함께 꽉 막힌 도로에서 벗어나 어느 뒷골목에 주차하고 어느 재즈바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파란색 화살표 네온사인이 가르키는 지하로 내려가면서 "SEB'S"라는 간판을 보고 미아는 망치로 얻어맞은 표정이 됩니다. 그토록 세바스찬이 꿈꿔 왔던 자신만의 재즈바에 온 것입니다. 그리고 폴리에스테르 정장이 아닌 울 양복을 입고 사회하는 세바스찬을 봅니다. 세바스찬은 앞선 연주자를 소개한 후 이렇게 얘기합니다. "Welcom to SEB's"이라고 얘기합니다. "SEB's"은 "Sebastian's"의 약자입니다. 그러니깐 "세바스찬의 공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런 뜻이 됩니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세바스찬의 라라랜드를 연주합니다. 바로 그 곡이 "Epilogue"입니다. 두 사람이 첫 만남을 가졌던 그 레스토랑에서 어깨를 붙이치면 지나가는 장면은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세바스찬의 친구가 밴드를 같이 하자고 권할 때에도 거절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합니다. 미아의 초연은 성공적이었고, 그 자리에 세바스찬도 관객석에 앉아 박수를 건넵니다. 그렇게 했었더라면 좋았을 순간이 지나갑니다. 세바스찬은 자신이 그랬더라면 좋았을 순간을 "Epilogue" 에 담습니다. 미아와 둘이서 빠리에 가고, 자신은 빠리에서 재즈바를 운영합니다. 자신이 그랬으면 좋았을 거이라고 말하고 생각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게 했더라면, 세바스찬과 미아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아서 함께 했을 수도 있을꺼란 "에필로그"입니다.


 하지만 무대에 불이 켜지고 세바스찬의 "에필로그"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한 곡을 더 듣자는 미아 남편의 제의에 미아는 "가야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애절한 눈빛을 보내고, 세바스찬과 미아는 웃음을 지으며 영화는 끝납니다. 세바스찬은 다시 피아노를 칩니다. 그리고 영화는 "The End"라는 자막과 함께 끝이 납니다. 그리고 "The End"라는 음악이 나옵니다. 감독은 얘기합니다. 세바스찬이 꿈꿔왔던 라라랜드는 "에필로그"로 끝이 나고, 감독이 꿈꾸는 라라랜드는 "The End"로 끝납니다. 수많은 관객은 세바스찬의 에필로그가 영화의 결말이었으면 했습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라라랜드를 보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두 사람이 함께 하지 않은 영화의 "The End"를 보여줍니다. 설령 우리가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서로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한채 눈인사로 헤어지라도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얘기하고 다독거립니다. 그리고 세바스찬은 "원투쓰리포"를 외치면 다시 피아노를 칩니다. 감독이 원하는 영화의 결말은 우리네 삶이 결말이 행복하지 않아도,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행복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위로하는 듯 합니다.


 이제 이 영화의 숨은 최고의 장면입니다. 한국 관객은 이 영화를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면 자리를 뜹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보시면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보시길 바랍니다. 바로 미아가 노래하는 "City of Stars"입니다. 그런데 미아는 피아노 반주가 아니라 기타 반주로 노래합니다. 사실 노래도 아니고 허밍을 합니다. 미아 옆에는 더이상 피아노를 쳐주는 세바스찬이 없습니다. 기타의 단 선율에 맞춰서 허밍을 합니다. 그토록 사랑할 때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시와 같았던 그 노래가 이제는 세월이 흘러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허밍으로 부릅니다. 어쩌면 간간히 가사가 기억이 난다해도, 그 가사를 입 밖으로 꺼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일부러 허밍으로 부를 지도 모릅니다. 미아의 라라랜드는 이제 곁에는 피아노 반주를 해주는 세바스찬도 없습니다. 그리고 둘이서 행복하게 불렀던 "City of Stars" 노래 가사도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바스찬은 다시 피아노를 치기 위해 "원투쓰리포"를 얘기하고,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미아는 기타 반주에 맞춰 허밍으로 노래합니다. 세바스찬, 감독, 미아의 라라랜드는 이렇게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끝이 납니다. 당신의 라라랜드는 그 누구의 것입니까? 세바스찬, 감독, 미아 중에 그 어느 것인던 괜찮습니다. 그 누구의 것이던 우린 그 때 행복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라라랜드는 사라져버린 에덴동산이나 갈 수 없는 네버랜드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하고, 서로에게 웃으며 눈인사를 나눌 수 있는 정도라면, 우리는 지금 라라랜드에 살고 있습니다.


P.S 마지막 편은 라라랜드 영화에 대한 얘기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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