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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31. 2015

페이스북, 잠망경과 우산의 기로에 서다.

디자인으로 풀어보는 페이스북 이야기

한 때 4대 천황이라는 말이 있었다. 홍콩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 유덕화, 장학우, 여명, 곽부성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 IT업계의 신 4대 천황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페이스북으로 꼽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오늘은  그중에 페이스북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자 한다.


facebook의 탄생비화, 20대 억만장자의 화려한 등장, 엄청난 규모의 사옥 등 페이스북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Facebook의 디자인 속에는 숨겨져 있는 그들의 전략적 고민과 방향을 엿볼 수 있다. 


facebook은 대문자(F)로 기업명을 시작하지 않는다. Microsoft, Google, Apple은 기업명을 표기하고 디자인으로 표현할 때 M, G, A로 시작하는 대문자로 시작한다. 하지만 facebook은 굳이 F 대신 f로 기업명을 표기한다. 우선 facebook의 로고를 살펴보자. 


[f는 잠망경이다.]


잠수함은 깊은 바다에서 항해하며, 수면 위에 오르기 전에 긴 잠만경을 꺼내 바다 위 세상을 관찰한다. 수 많은 facebook 유저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의 진짜 삶은 잠만경 아래에 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관찰한다. 그리고 "좋아요(Like)"라는 모스 부호를 보낸다. 이는 마치 잠수함이 다른 잠수함이 적인지 아군인지 피아 식별하는 일종의 빛의 깜빡임이라고 볼 수 있다. facebook에는 자신이 진짜 고민하는 삶, 남에게 감추고 싶은 허물, 실수, 과거는 대개는 감춘다. 멋지게 여행하는 사진, 맛집에서 찍은 사진 등과 같은 남들에게 자랑질 하고 싶은 많은 글들을 쓴다. 그리고 잠망경만 빼꼼히 빼어 들고 자신의 실체는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채로 세상과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싶어 한다. 마치 고등학교 졸업앨범(이게 진짜 facebook의 사전적 의미 : 얼굴이 나오는 사진첩)을 꺼내서 오래된 사진 속의 친구들이 삶이  궁금해하는 우리네 심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전화도 해보기도 하고, 결혼은 했는지, 회사는 어디인지 그리고 연봉은 얼마인지 등  궁금해하고 관찰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그렇게 facebook은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하고 지켜보고 싶어 하는 관찰자로서의 욕망을 투영한 채로 잠만경을 형상화한  f로 시작되었다. 어쩌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기술적으로 캐치해서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facebook이 이런 류의 기업의 최초는 아니다. 아이러브스쿨도 첫 시작은 그러했다. 하지만 facebook은 단지 잠망경의 f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f는 뒤집힌 우산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어쩔 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집을 나서기 전부터 우산을 쓰고 나오기도 하고,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고 우산을 챙겨 나가기도 한다. 이제 페이스북은 비처럼 우리네 삶에 쏟아지는 사회적 문제, 걱정, 슬픔, 기쁨, 분노, 절망 등을 공유하고 공감을 유도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관찰자로 시작한 잠만경의 f였던 facebook은 "좋아요"가 1만 개가 넘으면, 사장님이 제주도 여행을 보내준다고 얘기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도 한다. 타인의 삶을 엿보던 수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의 화면을 키고 빛의 군무를 보여주는 것처럼 "좋아요"의 빛 깜박임을 보내서 또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루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네팔 지진, 메르스 바이러스, 세월호 사건 등에 공감을 보내고, 공유하고 링크하기 시작했다. 즉 연대가 시작된 것이다.


f의 우산은 아래를 향해 뒤집어져 있다. 이는 아직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우산을 펼 준비를 할 수 있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우산을 쓸 수 도 있고, 때론 킹스맨의 콜린 퍼스처럼 젠트맨의 우산처럼 총알을  발사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우산은 타인과의 공감을 통한 연대를 상징한다. 비처럼 쏟아지는 문제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우산을 펴드는 거다. 또한 함께 우산을 쓰는 것이다.


난 facebook의 디자인이 최근에 바뀐 것을 우연히 알아채었다. 예전에는 f 밑에 바다 수면과 같은 것을 상징하는 네모 상자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없앴다. 그건 아마도 facebook이 잠만경 f에서 우산 f로 점점 전략을 수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잠망경 f의 네트워킹은 상대방의 삶을 관찰하는데 필요한 수동적은 네크워킹였지만 우산 f의 네트워킹은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는데 필요한 적극적인 네트워킹이 되었다.


페이스북은 잠만경과 우산의 기로에 섰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선택을 했다. 그들의 선택이  성공할지 보고 싶다. facebook에 "좋아요"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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