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남항과 북항 사이

영도는 물고기를 닮았다.

by 정윤식

5.9일에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이 되고, 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통령의 모친은 현재 부산 영도에 있는 남항화랑맨션이라는 곳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곳이자, 현재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과는 걸어서 3분거리(약 250m)에 있는 조그만한 저층 아파트입니다. 부산에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영도(Young Island)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영도, 남항과 북항 사이

(부제 : 영도는 물고리를 닮았다.)

나는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셨고, 나는 영도 남항동에서 고등학생때까지 살았다. 부산은 영도를 기점으로 남항과 부산항으로 나눈다. 지금은 부산시청이 연제동으로 신청사를 옮겼지만, 예전에는 현재 광복동 롯데백화점 자리에 부산시청이 자리하고 있었다. 부산 남항과 북항(부산항)의 중간 지점에 부산시청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시절 가장 큰 동네는 남포동이었다.


남항은 주로 고깃배들이 들어오는 항구이고, 북항은 주로 화물선이 들어오는 항구이다. 그래서 남항인근으로 남포동에서는 자갈치시장이 들어서 있고, 남부민동에는 냉동창고가 즐비하게 이어져 있다. 고깃배들은 주로 작은 크기가 대부분이라서, 고깃배를 건조하고 수리하는 중소, 영세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바로 부산 영도 남항동, 대평동이다. 즉 남항을 깃점으로 고깃배가 실어온 활어를 파는 곳이 남포동이고, 물고기들을 가공 또는 냉동하기 위한 곳이 남부민동이고, 그 고깃배를 수리하는 곳이 남항동, 대평동이다. 나의 아버지는 바로 남항동 인근에서 영세 중소기업에서 젊은 시절 일하셨고, 지금도 일을 하고 계신다.


이에 반해 북항은 남항에 비해서 규모부터 다르다. 우선 화물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선 등은 배 크기 부터 다르다. 남항에 비교해서 크기부터 다르기 때문에 북항이라고 하지 않고, 아예 부산항으로 해버렸다. 화물선들이 북항(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첫 관문이 바로 오륙도이다. 그래서 뱃사람들이 부산항에 들어오는 첫 관문이 바로 "오륙도 등대"이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중앙동은 여객선이 드나들던 곳이고, 중앙동에는 바로 부산역이 있다. 그리고 감만동은 화물을 선적하는 곳이고, 사이즈가 다른 큰 배들을 수리, 건조하는 곳이 영도 청학동에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이다.


그리고 남항에서 북항으로 드나들기 위해서는 영도다리를 지나야 하는데, 아주 예전에는 영도다리를 도개하여서 건넜다. 지금은 관광의 목적으로 영도다리를 도개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영도를 기점으로 남항과 북항으로 나뉠 수가 있다. 남항은 주로 고깃배들이 출입하는 항구이고, 북항은 주로 여객선, 화물선이 출입하는 항구이다. 그 중심에 영도는 남항을 중심으로 하는 남항동이 있고, 북항을 중심으로 하는 청학동이 있다. 영도 지도를 잘 살펴보면, 신기하게도 물고기 형상을 닮아 있다. 아마 영도의 운명적인 신세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지형이 아닌가 싶다.


내가 살던 집은 남항 방파제(일명 빨간 등대)와 불과 5분거리에 있다. 집에서 등대가 있는 방파제까지 걸어가면, 지나가는 골목마다 선박에 관련된 영세 자영공장이 즐비하다. 소형 디젤엔진을 파는 곳이며, 조그만 배를 수리하는 공장이 수십군데가 있다. 고깃배로 돈 버는 사람들은 주로 부자이다. 그들은 대개 부산 남포동, 충무동, 대신동에 살았다. 그리고 그 배를 수리하는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남항을 중심으로 대평동, 남항동에 모여들어 살았다. 유독 남항을 중심으로 하는 동네에는 거제, 남해사람들이 많았다. 동네 골목 친구들 중에서 절반은 거제, 남해에서 온 부모님을 따라온 이민 2세대(?)들이었다. 아마도 거제, 남해에서 먹고 살 길이 없는 그 시절 청년들이, 집값도 싸고,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영도 남항동, 대평동에서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집성촌을 이룬게 아닌가 싶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모님이 거제도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까지는 영도 남항초등학교까지 다니고, 중고등학교는 시내(일명 뭍)에 있는 경남중, 경남고 (둘다 대신동 인근에 있다.)를 진학했다. 아마도, 부산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중에 하나인 남항초등학교 (남항동이 아니라 여긴 영선동) 인근에서 나온 영도 촌놈이, 부산에서 가장 잘 사는 대신동에 있는 경남중, 고등학교를 다녔다면 아마도 심리적, 경제적 충격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서울로 치면, 강남 구룡 출신 아이가 휘문고등학교에 들어간 정도가 될 것이다.


남항은 고깃배를 중심으로 먹고 살아가는 곳이다. 고기를 판 돈으로 업을 삼는 부자들이 살았던 대신동과 고깃배를 고치는 업을 삼는 빈자들이 살았던 남항동과의 간격은 무척이나 크다. 그리고 영도다리를 건너서 영도에서 대신동까지 등하교를 해야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영도는 물고기를 닮았다. 나 또한 고등학교를 영도에서 대신동까지 등하교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매일 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지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물고기를 닮은 영도.. 물고기를 매개로 먹고 살아가는 남항.. 그리고 물고기로 큰 돈을 번 부자들과 물고기를 잡는 고깃배를 수리하며 푼 돈을 버는 빈자들.. 영도는 부산의 삶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영도에는 요 근래에 남항대교, 북항대교가 지어졌다. 예전에는 북항에서 남항까지 갈려면 1시간 이상 걸렸다. 지금은 10~20분이면 횡하면서 지나간다. 고주몽이 도망다닐 때 하백이 물고기를 불러서 다리를 이어졌던 설화가 생각났다. 영도는 남항과 북항사이에 두고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남항과 북항을 연결하는 하백의 물고기가 되었다. 지금도 남항동에는 내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영도는 남항과 북항사이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생계를 지켜주는 소중한 물고기였고, 지금은 사람들을 남항대교와 북항대교를 이어주는 소중한 물고기이다.


P.S 영도 이야기를 1편만 쓸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할 얘기가 많아져서 3편으로 나누어 개재할려고 합니다. 다음편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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