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매, 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입니다.
하루는 길어지고, 일년은 짧아지고 있습니다. 하루는 고단하고, 일년은 숨가쁩니다. 하루는 한달, 일년과 같이 1이라는 숫자 개념을 쓰지 않았을까요? 1이라는 숫자로는 삶의 무게와 고단함을 표현하기 힘들어서 일까요? 마치 하루라는 시간의 정령이 지친 몸을 이부자리에 누은 우리에게 위로의 말을 건내는 듯합니다. "OO야,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 하루하루 사는게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갈만 하지 않아?"라고 "하루"가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합니다. 오늘 하루의 시작을 브런치로 시작합니다.
영도, 삼신할매와 고신대
(부제 : 삼신할매, 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이사한 적이 있다. 지금은 포장이사가 대세이지만, 1992년 무렵 그 시절에는 동네 친구들이 다 모여서 이사짐을 나누어 옮겼고, 점심에는 짜장면에 탕수육을 시켜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두런두런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친구녀석의 이사하던 날은 특별했다. 저녁 7시 넘어서 이사짐을 옮겼다. 영도를 떠나 뭍(부산 시내)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탓에 야밤에 이사짐을 옮겨 날랐다. 영도의 유명한 삼신할매 때문이었다. 영도 삼신할매는 영도를 떠나가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해서 저주한다고 한다. 그래서 영도를 떠나 뭍으로 이사를 가면 아프다거나, 사업이 망하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해가 떨어지는 저녁이나 한 밤중에 삼신할매 모르고 이사를 하곤 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떠도는 얘기였다. 영도를 떠나 이사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대게 두 가지였다. 영도는 부산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중에 하나이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못 사는 동네라고 하는데 아주 잘못된 표현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못 사는 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부유하다고 해서 잘 사는 건 더더욱 아니다. 아무튼, 가난한 영도에서 부모님이 돈을 많이 벌어 이사를 가는 경우가 제일 많다. 보통 서구 대신동이나 사하구 괴정 등으로 이사를 많이 갔다. 한마디로, 가난한 동네에서 살다가 중산층이 많이 사는 동네로 이사를 가는 경우이다. 삼신할매가 그런 사람들을 저주한다는 것이다. 이웃이 잘되어서 이사를 가면 축하해주는 게 아니라, 저주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이사간 집안에는 우환이 생겨서 가족이 아프거나, 사업이 망해서 삼신할매의 저주를 깨닫고, 다시 영도로 온다고 한다.
삼신할매의 기본적인 마인드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라는 심보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사람들이 잘못된 미신을 사람들에게 전파하였다는 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수 많은 영도 사람들이 그 미신을 믿고, 야밤에 이사짐을 싸서 야반도주하는 심리적 근저에는 다른 사라들의 성공에 "축하"보다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랑 같은 골목에서 뛰어놀던 친구네가 어느 날 시내에 엘레베이터도 있고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축하해주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는 가난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지금의 내 환경을 비관하고, 단칸 방에서 네 식구가 살고 있는 구차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난은 "못 산다"라고 얘기하고, 부자는 "잘 산다"라고 얘기했다. "못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축하 대신에 "잘 사는" 친구네가 망해서 다시 영도로 돌아오는 삼신할매의 저주를 믿는 것이다.
영도 한 가운데는 봉래산(고갈산 : 일본사람들이 불렀던 이름)이 있다. 지금도 KBS 방송안테나가 있다. 봉래산에는 삼신할매에 관련된 바위들이 많다. 봉래산 기슭에는 삼신할매와 대척점에 있는 고신대학교가 있다. 신학대학인데, 아주 보수적인 장로교파이다. 고신대는 기독교를 상징하고, 기독교는 "축복"의 종교이다. 한국전쟁 시절 수 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왔는데, 가난한 피난민들이 판자집을 짓고 산 동네가 영도이다. 수많은 고아들이 영도다리 밑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말 안 듣는 아이에게 "넌, 다리에서 주워왔다"라고 얘기하는데, 그 다리가 바로 "영도다리"이다. 삼신할매 저주의 영도가 기독교 축복의 영도가 되길 바란다. (기독교를 전도하는 발언이 아니라, 저주에서 축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내 친구의 이사가 삼신할매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야밤도주하는게 아니라,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채워져야 한다. 영도는 아직도 삼신할매와 고신대 사이에 있다. 아직도 산 정상에는 삼신할매의 전설이 깃들어 있고, 산 기슭에는 고신대의 축복송이 울려퍼지고 있다. 가난은 "못 살고", 부자는 "잘 산다"다고 하는 저주를 끊어내야 한다. 영도 삼신할매, 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이다. 삼신할매도, 영도를 벗어나 뭍으로 이사를 가길 간절히 기원한다. 영도를 벗어나서 잘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설령 영도를 벗어나, 망해서 돌아와도 우리는 당신을 반갑게 맞이해줄 것이다.
구 시대는 가고, 신 시대가 오고 있다. 저주의 시대에서 축복의 시대가 와야 한다. 나만 잘되어서 영도를 벗어나 이사를 가는 시대에서 우리 모두 잘되어서 영도에서 함께 사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영도의 현재 국회의원은 김무성이다. 그리고 영도에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도 살고 있다. 김무성 의원도 진심 잘되길 바란다. 이제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로 바꾸어야 한다. 고난한 "하루"가 행복한 "하루"가 되어야 한다. 삼신할매, 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이다. 난 당신도 진심으로 잘되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와 당신이 잘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P.S 쓰다보니, 종교적 편향이 일부 담겨져 있습니다. 저주와 축복의 키워드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