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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03. 2015

H2O와 함수이야기

요즘 통섭형 인재라는 얘기가 많이 회자된다.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인문학의 중요성"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요즘 세상은 하나만 잘하는 것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4년, 대학원 2년, 회사 엔지니어 3년을 모두 합하여 9년이라는 시간을 소위 "이과"의 바다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이과에서의 내 삶은 "아주 조금" 인정받았었다.  그 후로 시스템 개발, 시스템 운영, 기술 분석 등의 기획업무를 다수 수행하게 되면서  중요하게 느끼는 점은 기본의 중요성이다.   베이스를 토대로 얼마나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절감하고 있다.


오늘은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다시 돌아가 보자. 혹시 물을 왜  H2O라고 표기하는지 궁금해본 적이 있는가? 또는  CO2라고 표기하는지도? 왜 하필 H2O일까? OH2라고 쓸 수도 있는데 왜 H2O라고 쓸까? 물론 OH라는 분자 결합이 있기는 하다.


단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은 "합격"이다. 이 문제의 중요한 단서는 우리가 수학에서 배운 개념 중 하나인 함수(Function)이다. 그게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함수랑 H2O랑 당췌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혹시 정의역, 치역이라는 말을 기억하는가? 중학교 수학 시간에서나 들었던 얘기이다. 요즘은 선행학습 때문에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여기서 H는 정의역, O는 치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더 어려운 얘기로 넘어갔다. 


우선 H2O의 결합은 전자를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달려있다. H는 전자를 잃어버리려고 하는 경향(산화반응)이 있고, O는 오비탈 영역 내에서 전자를 얻으려는 경향(환원 반응)이 있다. 근데 세상사 다 비슷하다. 전자를 잃어버리려고 하는 에너지가 전자를 얻으려고 하는 에너지보다 크다. 무언가를 잃어 버리는게 훨씬 쉽다. 무언가를 얻는 건 훨씬 어렵다. 누군가가 잃어줘야지 누군가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있는 것이 떨어내는 게 더 쉽다는 얘기이다. 즉 H는 호시탐탐 전자를 떼어내고 싶어 한다. 그러면  그때 반응에너지가 약간 낮은 산소가 전자를 주워 먹으면서 공유 결합을 한다. 즉 주도권을 H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H가 전자를 두 개 던져줘야 O가 필요한 전자 두 개를 받아먹는 형국이다. H는 정의역이고 O는 치역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사소한 원소기호 하나에도 우리가 배운 함수 개념이 있는 것이다. 과학사, 인류사에는 이러한 예가 무수히 많다. 하나의 개념을 확장시켜서 다른 역영에서 활용하는 거.. 그게 통섭의 하나의 방법이다.

이산화탄소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가? carbondioxide이다. 혹시 위스키 중에서 Something Special이라고 기억하는가? 썸씽 스페셜라고 얘기하는 언어의 특징이 하나의 함수의 개념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Pretty Woman이라고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객체는 당연히  Woman이다. 그 Woman을 꾸며주는 게 Pretty가 된다. 그래서 Pretty woman은 김태희가 될 수 도 있고, 이나영이 될 수 도 있고, 내 여자친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썸씽 스페셜이라는 말은 그 말 자체로 하나의 객체가 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떤 게 있는데(Something) 그게 특별하다는 것(Special)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썸씽 스페셜은 얘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공유하는 하나의 객체가 된다. 그래서 그것은 김태희, 이나영, 내 여자친구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섬씽 스페셜이 되는 거다.


자.. 다시 돌아가면 이산화탄소는 Burnt Carbon 이 아니라 즉 타 버린 탄소가 아니라 탄소 + 이산화물의 결합체가 하나의 객체가 되는 Carbondioxide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기를  Carbondioxide (CO2)라고 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산화탄소를 표현하는 방법에도 수학의 개념(함수)과 언어학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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