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석 #3 : 마침내 유영석으로 돌아온 유영석

푸른하늘, 화이트 그리고 유영석

by 정윤식

1965년생, 올해 한국 나이 53살.. 지금은 대학교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대학교수.. 유영석이다. 한 때 푸른하늘이었고, 화이트였던 남자였다. 1988년에 푸른하늘로 데뷔하고, 1994년 화이트로 활동하다가 1999년 잠시 정시로의 뱅크와 화이트뱅크로 짧은 활동을 마지막으로 유영석은 2001년에 마침내 유영석으로 돌아온다. 마침내 유영석으로 돌아온 유영석은 2001년 유영석 솔로앨범 "Falling In Love" 을 발매하며 활동하려 했으나, 성대결절로 5년 동안 활동을 못하다가 2006년 솔로앨범 "First Emotion"으로 다시 활동한다. 그리고 2017년까지 새 음반을 발매하지 않은 채 방송인, 대학교수 유영석으로 살아가고 있다.


20대 유영석은 푸른하늘로 살았고, 30대 유영석은 화이트로 살았다. 그리고 40대를 넘어 50대로 넘어온 유영석은 유영석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푸른하늘 1집의 첫 곡이 "겨울바다"이고 두번째 곡이 "하얀 사랑"이다. 20~30대의 유영석은 파란색과 흰색으로 살아온 나날이었다. 젊은 시절,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가슴 속엔 블루를 간직한 채, 보여지는 삶은 "화이트"하게 살아간다. 40살이 넘은 2006년, 유영석은 "First Emotion"을 노래했다. 40살이 넘어서도 우리는 그 때 "첫 감정"을 간직하고 살 수 있을까? 결혼 10주년이 넘은 나이에 아내와의 첫 만남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까? 회사에서 위에서, 아래에서 치이고 살아가는 직장인 14년차인 내가 처음 합격소식을 전해들은 그 때 "첫 감정"을 기억하고 있을까?


2006년, 유영석은 "First Love"가 아닌 "First Emotion"을 노래했다. 아주 예전에 우리가 느끼는 첫 감정은 희미해져갔다. 20~30대 네모나게 살았던 "네모의 꿈"은 이제 무뎌지고 둔해져서 "모나지도 튀지도" 않게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고 있다. 마침내 세월의 거울 앞에 선 유영석은 유영석으로 돌아왔다. 20,30대는 힘주어서, 세련되고, 멋지게 살아가고 싶다. 등산을 하면, 꼭 정상까지 가야했고, 맨 먼저 도서관에 도착해서 들어가서, 마지막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다. "First Emotion"보다는 "Strong Emotion"을 원했다. 하지만 40살이 넘어서야, 어깨에 힘을 빼고 목소리에 힘을 빼고 노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야 "First Emotion"이 보이기 시작했다.


2년 6개월이란 노래를 살펴보자. "사랑이 억지로 되지는 않겠죠. 마음이 가는 대로 그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살아간다. 사랑도 억지도 되지도 않고, 인생이 억지로 되지 않았다. 젊은 날에는 사랑도, 인생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발버둥 치기도, 원망도 해보고, 밤새 술을 마시기도 했다. 유영석이 유영석으로 돌아오기까지.. 나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도 해보고, 연애도 해보고, 취업도 해보고, 하고 싶은 음악도 해보았다. "사랑이 억지로 되지 않겠죠"라는 말은 포기하고 살겠다는 말이 아니다. 포기 대신에 자족을 알게 되고, 성공 대신에 행복을 알게 되어 가는 것이다. 나도 42살이 되어서야, "푸른하늘"과 "화이트"가 아닌, 세월의 거울 앞에서 선 유영석이 되어가고 있다.


유영석은 같이 음악하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김동률, 김진표, Minho와 함께 피처링을 했다. 푸른하늘, 화이트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음악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게 유영석은 "푸른하늘", "화이트"였고, 내 젊은 날을 그의 음악으로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사랑 그대로의 사랑"으로 20대를 보내고, "네모의 꿈"으로 30대도 보내온 나에게 유영석이 말한다. 우리는 인생이란 시간표 위에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마주쳐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 앉은 나에게 말할 수 있다. 마침내 유영석으로 돌아온 유영석.... "유영석 그대로의 유영석" 임을 이제서야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First Emotion"을 기억하고, 노래한다.


P.S 다음에 얘기하고 싶은 4대 석학은 여행스케치의 "조병석" 편입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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