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석 #1 : 여행스케치

어제는 별이 졌다네, 오늘도 별이 진다네

by 정윤식

어쩌다 7080 음악을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밤 10시에 시작하는 가요무대를 즐겨 보시곤 했습니다. 이제 저도 7080 음악을 듣는 아재가 되었습니다. 음악도 소비하는 상품이라면, 전 아직도 소니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는 7080 아재입니다. 가요톱텐과 출발 비디오 여행을 빼먹지 않고 봤던 X세대(1976년생)는 이제 열린음악회와 나가수에 나오는 추억속에서 소환된 가수들의 음악을 듣는 아재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X세대의 최신유행음악을 소개하는 '출발 음악 여행"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소개가수는 그 이름도 찬란한 "여행스케치(일명 여치)"의 조형석입니다.


조병석 #1 : 여행스케치 (어제는 별이 졌다네,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마도 "별이 진다네"라는 노래는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1989년, 조병석이 리더인 여행스케치 1집 첫번째 수록곡이다. 처음부터 귀뚜라미 소리, 개구리 소리가 터져나오고, 통기타가 반주를 시작하면, 개 짖는 소리가 나온다. 자세히 들어보면, 귀뚜라미, 개구리, 개 울음소리가 퍼큐션(타악기) 역할을 톡톡히 한다. 통기타 반주 중간에 기본으로 귀뚜라미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깔리고, 한음 한음 뜯는 기타 박자에 마칠 때 쯤엔 개 짖는 소리가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들어온다. 귀뚜라미, 개구리, 멍멍이는 통기타와 합주하는 "뮤지션"으로 등장한다.


여행스케치는 말 그대로 조병석이 여행을 하면서 겪는 마음, 풍경, 동료, 낯선 사람과의 만남 등등을 노래하는 "스케치"이다. 첫번째 스케치는 사라져가는 소중한 시간, 추억들에 대한 마음이다. 인생은 태어나서 죽기까지 살아가는 여행이다. 맨 먼저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고, 가족, 친구, 직장동료, 사기꾼, 라이벌, 연인 등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여행을 한다. 하지만 때때로 혼자 여행을 해야하는 수간이 온다. 혼술, 혼밥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자신만이 아는 소중한 시간, 추억들에 대한 마음을 노래한다.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은 어제를 거쳐왔다. 어제 없이 오늘을 사는 사람은 오늘 태어난 사람들이 유일하다. "어제는 별이 졌다네" 라고 노래한다. 여기서 어제, 별, 졌다네에 주목해야 한다. "어제는 별이 졌다"와 "어제는 별이 졌다네"는 느낌이 완전 다르다. "별이 졌다"는 일어난 일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느낌이고, "별이 졌다네" 일어난 일이나 사실을 나 스스로에게 얘기하는 느낌이다. 여기서 "졌다네"라는 말은 본인이 목격하지 않은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예를 들면 "어제, 철수가 다쳤다네"는 철수가 다친 사실을 누군가로부터 전해듣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느낌이 강하다. 이어서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라고 말하는 걸로 봐서는 "어제 별이 졌다는 사실에 대한 본인의 느낌(가슴이 무너져버리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별은 그저 별 일 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어제 진 별은 "별"일 뿐이라고 모두들 내게 말한다. 살아오면서 겪는 수많은 상실, 소중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라는 별이 된다. 하지만 어제 져 버린 "별"은 그저 "별"이 아니었다. 나의 가슴이 무너져버렸다. 하지만 모두들 내게 말한다. "별은 그저 별 일 뿐이야"라고 말이다.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 "니가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꺼야"라고 값싼 위로나 쉬운 충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어제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상실감을 느꼈다. 모두들 내게 말하기 보다는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말없이 껴안아주길" 원한다. 자신의 생일날 아버지를 잃은 사람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말없이 껴안아주던 그 사람처럼 말이다.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

어제도 별이 졌는데, 오늘도 별이 진다고 얘기한다. 조병석은 그저 연인과의 이별을 노래하진 않았다. 어제와 오늘은 연속적으로 지나쳐가는 시간을 상징한다.그리고 무한의 시간대에 살아가는 유한한 인간이 겪어야 하는 원초적인 상실감에 대한 얘기이다. 조병석은 여행스케치 활동 내내 얘기하고 싶어하는 첫번째 테마가 바로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가 시간 속으로 사라져가는 상실감이다. 그건 단지 재래식 시장에서 뻥튀기 아저씨,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산업화, 도시화, 디지털화로 점점 사라지는 농촌의 풍경만 아니라 어제와 오늘로 상징하는 시간 앞에서 유한한 인간이 느끼게 되는 "사라짐: 별이 진다라고 표현됨"에 대한 얘기입니다.


즉, 어린 시절 할머니가 "내 새끼, 내 강아지"하시면서 마냥 좋아해주셨던 기억은 "어린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에 느끼는 설레임, 유치원 소풍을 기다리는 7살 아이의 들뜸은 "다시 돌아오지 않은 별"입니다. 그 별들이 어제도 졌고, 오늘도 집니다. 조병석은 무한의 시간앞에 놓여진 인간의 유한함을 "어제는 별이 졌다네. 오늘도 별이 진다네"라고 노래합니다. 백 년 전에 윤동주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라고 서시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별헤는 밤"에서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를 노래했습니다.

조병석은 "여행스케치"를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져가는 별을 노래했습니다. 지는 별을 바라보며, 내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여행스케치의 모든 앨범에는 그런 노래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1집에 별이 진다네, 2집에는 꿈을 찍던 사진관 김씨 아저씨, 3집에는 옛 친구에게, 4집에는 이사가는 날 등 꼭 1곡 이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3집 "세가지 소원"에서는 소원 하나에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소원 하나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느끼는 사려져 가는 기억, 상실"에 대한 얘기입니다. 조병석은 우리 내 인생의 "여행스케치"에서 "별이 진다네"로 노래했습니다.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 이렇게 노래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별이 진다. 하지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말하는 윤동주 앞에 설 수 있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리고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


P.S 다음 편은 조형석 #2 : 그 녀석들과 여행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간은 하루하루 지나가지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 별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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