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석 #2 : 그 녀석들과의 여행

1집 : 여행스케치, 2집 : 그 녀석들과의 여행

by 정윤식

글쓰기는 스스로의 감옥에 갇히는 행위라고 합니다.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는 내가 쓴 기안을 상사가 코멘트를 주면,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위선으로 보고합니다. 그 반면에 내 생각으로 만든 글쓰기 집은 내가 설계하고, 뼈대를 세우고, 건축합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내 생각의 집을 60채 이상 지었습니다. 그 중에는 시리즈 형식의 중소 규모의 아파트 단지도 있고, 1편, 1편 별도의 단독 주택들도 있습니다. 아직은 구상 중인 신도시와 같은 큰 계획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독주택, 중소 규모의 아파트 단지, 신도시를 짓는다고 해도 그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안됩니다. 글쓰기는 감옥에 갇히는 행위인 반면, 새로 만들어진 글은 생각의 집이 됩니다.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어쩌면 제게 또다른 의미를 줍니다.


우리의 4대 음악 석학 얘기는 유영석, 조병석, 김형석, 김광석으로 이어집니다. 우선 조병석 편까지만 쓰고, 김형석, 김광석은 하반기 이후에 쓸 생각입니다. 잠시 글쓰기 감옥에서 나와 외출을 할 생각입니다. 그게 조병석이 말하는 "그 녀석들과의 여행"입니다. 제가 왜 조병석 #2편을 쓰면서 이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Are you ready to read?


조병석 #2 : 그 녀석들과의 여행 (1집 : 여행스케치, 2집 : 그 녀석들과의 여행)

조병석은 음악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조병석"이란 이름으로 단독 앨범을 내지 않았다. 모든 음악활동은 여행스케치를 통해서 였고, 거의 대부분의 곡을 작사, 작곡을 했지만, 리드보컬은 남준봉, 박선주가 주로 담당했었다. 지금은 MP3,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지만, 1980, 90년대에는 주로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들었다. 그 당시 Side A, Side B로 테이프를 뒤집어 음악을 듣거나, Reverse 버튼을 누르면 Side A에서 Side B로 변환이 가능했다. 대부분 Side A,B에 각각 5곡씩 총 10곡 정도를 정규앨범으로 발매했다. 레코드 가게에서 테이프를 사서 들으면, 타이틀 곡은 항상 Side A 첫번째 곡이었다. 물리적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곡 순서를 정하는 구조였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 제일 많이 듣는 곡은 Side A면에 첫번째 곡과 Side B면의 맨 마지막 곡이었다. Side A의 첫 곡을 듣다가 테잎을 뒤집거나 Reverse 버튼을 누르면 대개 Side B 마지막 곡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그 시절에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다보면, Side A 첫 곡과 Side B 마지막 곡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여행스케치 1집의 마지막 곡은 지금은 보컬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박선주가 작사, 작곡한 "여행스케치"이다.


"여행을 떠나 기차를 타고, 들판을 넘어 산속 계곡 따라"

누구는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차, 버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있다. "기차"를 타고 들판을 넘어 산속 계속을 따라 여행을 한다. 기차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발을 한다. 1982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1982년생 기차"를 함께 타기도 하고, "연세대 97학번"과 같은 대학 학번이라는 기차를 타기도 한다. 좀 더 폐쇄적이라고 하면 "사법고시 19회"와 같은 기수와 같은 기차를 타기도 한다. 어떤 이에게는 "1970년생", "서울대 법학과 80학번", "제19기 사업연수원" 이라는 기차가 중요하다. 그들에겐 나이, 학벌, 기수라는 특급열차(KTX 특실)에 탄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인생은 "어떤 기차"를 탔는지 보다는 그 기차를 타고 어디로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여행을 떠나 기차를 타고, "특실에 앉아 고급도시락을 먹는 것보다"는 여행을 떠나 기차를 타고, "들판을 넘어 산속 계속 따라" 여행하는 게 더 좋다. 그리고 그 여행을 내가 좋아하는 "그 녀석들과 함께" 하고 싶다.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잔뜩 짊어 메고서,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 1집 마지막 곡 "여행스케치"라는 곡이 2집에서는 "그 녀석들과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똑같은 내용으로 노래했다. 나 혼자 떠나는 특급열차 여행보다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완행열차 여행이 훨씬 더 행복한 법이다. "잊지는 못할꺼야 아름다운 세상, 우리들의 여행스케치"라고 노래했다.

조병석은 단 한번도 단독 앨범을 내지 않았다. 언제나 "그 녀석"들과 함께한 여행스케치라는 그룹으로 활동을 했다. 그리고 "그 녀석들과 함께한 여행"은 행복했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멋진 기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수 있는 그 녀석"들에 있다. 마지막으로 "여행스케치" 노래의 마지막 가사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밥 먹고 하면 안돼? 으이구".. 역시 금강산 여행도 식후경이다.


P.S 조병석 마지막 3편이 남았습니다. 우리는 "기차"에 행복을 두고 사는 건 아닌지 한번 쯤 삶을 돌아봅니다. 내게는 아직도 소중한 친구들이 남아 있습니다. 조병석 #3 : 여행스케치 5집 "남준봉" (부제 : 병석, 준봉이와 함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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