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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소 Jun 21. 2017

[방송도감 #3]KBS <VJ특공대>

짧게, 재밌게, 다큐멘터리의 대중화


[프로그램 소개]


지루하고 딱딱한 다큐멘터리의 편견을 깬다!
흥미로운 소식, 실용적인 정보, 소프트한 화제들만 모아모아
스피디하면서도 강렬하게 담아낸다.




짧게, 쉽게, 재밌게,

다큐멘터리의 대중화, <VJ 특공대>



[본격 ‘촐싹대는’ 다큐멘터리]   


예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능프로그램만큼이나 머리를 비우고 볼 수 있는 ‘킬링 타임용’ 다큐멘터리다. KBS에서 자신 있게 금요일 밤 10시 시간대를 내준 프로그램, <VJ 특공대>는 타방송사의 드라마나 예능에도 밀리지 않았다. 초기에는 무려 20%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 시간의 러닝타임 중에는 10~20분 분량의 영상 서너 편이 잇달아 방송된다. 소재는 휴먼, 시사, 생활정보 등을 다양하게 아우르되 가장 대중적인, 가장 친밀한, 동시에 가장 이색적이고 새로운 소재만을 다룬다. 방영 당시에만 해도 다큐멘터리가 이렇게까지 서민적일 수가 있나 싶었을 것이다. 밝고 가벼운 분위기에 살짝 촐싹대기도 하지만, 들을수록 유쾌한 박기량 성우의 내레이션이 얹어지면 본격 유쾌 발랄 정보 전달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이런 장르의 다큐멘터리를 ‘소프트 다큐’, ‘미니 다큐’, ‘섹션 다큐’, ‘생활정보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로 부른다. 특징은 10~20분 정도로 호흡이 짧고, 소프트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이다. VJ가 중심이 되는 이 소프트 다큐멘터리 영역을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시킨 프로그램이 바로 <VJ 특공대>다. <VJ 특공대>가 인기리에 방영되던 2000년~2002년 사이에는 비슷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SBS에서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리얼코리아>, <생활의 달인>, <휴먼다큐 아름다운 세상>, MBC에서는 <생방송 화제집중>, <출동 6mm 현장 속으로> 등이 있었다. 이들은 큰 것보다는 작은 소재, 화려하기보다는 일상적이고 소박한 것, 그리고 식상하거나 보편적이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담아냈다. 이러한 장르가 성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의 발전과 맞닿아있다. 특히 6mm 카메라의 등장, 그리고 VJ라는 직업이 대두되면서부터였다.     



[빠르게, 짧게, 그리고 생동감 있게]     


6mm 카메라는 기존의 무거운 아날로그 식 카메라와는 달리, 비교적 작고 가벼운 방송용 카메라이다. 작고 가벼운 카메라로 촬영한 덕에 <VJ 특공대> 속 화면은 늘 ‘줌 인, 줌 아웃’으로 정신없고, 거칠게 흔들린다. 거기에 정신없는 내레이션까지 합쳐지니 현장성이 강하다. 6mm 카메라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기동성 있게, 밀착성 있게 취재하기 때문이다. 다소 거칠긴 하지만 촬영은 생동감 있게, 편집은 압축파일처럼 속도감 있게, 이것이 바로 최종을 PD가 밝힌 프로그램의 기본 컬러이자 정체성이다. 시청자들은 내용에 집중하는 것 이상으로 화면 속 현장감에 몰입하게 된다.


이때 6mm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하는 사람들이 바로 VJ, 즉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이다. VJ는 촬영과 취재를 담당하는 직업인데, 어느 순간 방송계에서는 VJ의 역할이 커졌다. 소프트 다큐멘터리를 연구한 한 논문을 살펴보면 96년도를 VJ 시스템 실험 시기로 구분한다. 실제로 96년도부터 VJ가 촬영하는 미니 다큐, 섹션 다큐 형식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Q채널의 <아시아 리포트>, 인천방송의 <리얼 TV>로 시작된 VJ 프로그램들은 2000년 <VJ 특공대> 때 와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방송 3사 모두 이 장르에 매달린 데는 이유가 있다. 6mm 카메라를 든 VJ가 촬영하는 방식은 프로그램 제작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일단 경제적으로 저렴하다. 많은 인원이 다닐 필요도 없었고, 카메라 역시 저렴하다. 또한 가벼운 카메라의 특성상 기동성과 현장성이 뛰어나 효율적이었다. 밀착 취재가 가능한 덕에 생생한 감동의 순간 등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복잡한 방송 제작 과정을 단순화시키고, 궁극적으로 1인 제작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VJ중심의 다큐멘터리]

   

6mm 카메라의 등장과 VJ(비디오 저널리스트)의 등장은 1인 제작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1인 제작은 불가능하다. <VJ 특공대>에서 VJ의 역할이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촬영과 편집이라는 기존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소재를 찾고, 섭외하고, 구성 및 기획하고, 편집 후 원고를 작성하는 모든 일은 결국 작가와 PD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작가와 외주 VJ들은 매회 10개 정도의 소재를 가지고 온다. 생생하고 압도적인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지를 기준으로 소재를 선정한다. 10개의 아이템 중 회의를 거쳐 과연 새로운지, 흥미로운지, 취재가 가능한지 등의 여부를 따져 다시 대여섯 개로 줄인다. 추려진 아이템을 촬영하는 기간은 짧으면 2~3일, 대개는 일주일, 장기 촬영이면 보름 정도인데, 결국 끝까지 완성되는 아이템은 4개 정도이다. 여기서 1차 편집본을 평가한 뒤 재촬영, 또는 불방 처리 시킨다. 한 회에 서너 개의 아이템을 내보내다 보니 매우 임박해서 완성이 되고는 한다. 방송 전 아슬아슬하게 테이프가 도착한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이렇듯 <VJ 특공대>는 VJ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VJ가 주체는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인 미디어의 시대는 정말 먼 얘기가 아니며, 실제로 방송만큼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다. 아직 방송에서는 이들을 쓰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기성 매체가 아닌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방송계에서 1인 미디어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예능에서는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이 1인 미디어의 흐름과 기성 매체를 결합시킨 성과로 볼 수 있겠지만 교양에서는 미미하다.    

 

1인 방송 제작의 시대가 오느냐 마느냐를 떠나, VJ 프로그램들이 폭주함에 따라 교양,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일어난 변화는 주목할 만 하다.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프트한 다큐멘터리가 나왔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폭주하는 VJ 프로 … 전문성 미흡·근로조건은 제자리-방송사,
제작비 절감차원서만 접근·투자는 안 이뤄져

 출처 : PD저널 2002년 4월 19일 기사


2002년 당시, 대부분의 교양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의 60% 이상을 VJ를 기용해 제작하고 있었다. 방송사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단발성 프로그램이나 짧은 코너를 맡기는 정도로 VJ 인력을 활용하였지만, 심한 경우 VJ에게 촬영과 편집까지 맡기는 것은 물론 아이템 선정, 소재 발굴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VJ 활용을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으로 내보낼 수준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실력이 검증된 VJ는 턱없이 부족했고, 전문성 보장과 실력 있는 VJ 양성을 위해 방송사가 투자를 해야 했지만 외주를 통해 VJ 인력을 충원하고는 했다. <VJ 특공대> 역시 두세 외주가 돌아가면서 제작을 맡는 등 100% 외주 제작에 의지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VJ들이 잘못한 점은 없다. 열심히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인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VJ라는 직업이 아닌, ‘VJ 프로그램’으로 묶이는 교양의 한 장르 그 자체이다.     



[가십성 오락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그 모호한 경계]    


<VJ특공대>는 오랜 기간 방영하면서 많은 별칭을 얻었다.

'시골 특공대‘, ’먹방 특공대‘, ’주작 특공대‘, ’밥집 특공대‘, ’연출 특공대‘


매주 비슷한 소재, 매해 여름 등장하는 ‘더위야, 반갑다!’ 등의 식상한 멘트,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출이 과하다는 측면에서 <VJ 특공대>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실 <VJ 특공대>만의 문제점이 아니라, VJ 프로그램들이 모두 겪었던 문제이며, 결국 많은 프로그램들을 폐지로 몰아넣은 주요 원인이다. VJ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 VJ들이 아니라 교양, 또는 다큐멘터리로서의 정체성을 점차 잃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후죽순 생겨난 VJ 프로그램들은 비슷한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었다.


VJ 프로 소재 편중과 연성화 심화-시청률 경쟁 과열로 흥미 위주 소재 치중

출처 : PD저널 2002년 1월 25일 기사


교양, 다큐는 재미나 흥미보다도 추구해야 할 공익성이 있다. 알고 싶은 것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응당 알아야 할 것도 알려주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많은 VJ 프로그램들이 오로지 신기한 것, 자극적인 것, 흥미로운 것에만 치중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이는 식상함을 낳았다. 시골 어느 마을의 한 ‘맛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토종 음식을 드시는 아저씨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더니 힘이 난다며 알통을 보여주는 장면을 <VJ 특공대>에서 수십 번은 더 본 것 같다. 소재의 한계, 프로그램의 연성화, 영상미의 후퇴는 6mm 카메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6mm 카메라는 방송가의 제작 시스템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으며, 많은 시청자들은 거친 영상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6mm카메라의 오, 남용은 오히려 방송의 연성화와 영미의 후퇴를 부른 게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6mm로 찍으면 좋을 영상이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오로지 제작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6mm카메라가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수정 충남대 신방과 교수는 선별적이지 못한 카메라 사용은 결국 문화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참고자료 :

최종을(KBS 'VJ특공대‘ CP), <VJ특공대 제작사례 연구>,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2001

김지윤, <텔레비전 소프트 다큐멘터리 장르 형성에 관한 연구-VJ 시스템과 'VJ특공대‘를 중심으로>, 서강대 석사논문, 2002

 <폭주하는 VJ 프로 … 전문성 미흡·근로조건은 제자리-방송사, 제작비 절감차원서만 접근·투자는 안 이뤄져 >, PD저널, 2002.04.19.

 PD저널, 2002.01.25. 기사

이선민, <6mm디지털카메라 10년의 명암-제작편이성 불구 오남용 폐해 우려>, PD저널, 2005.03.11

김수정, <VJ는 누구인가? : 한국의 VJ 현실과 6mm 제작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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