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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소 Jul 13. 2017

[방송도감#5] EBS <지식채널e>

교육용 클립 콘텐츠의 선구자,감성 다큐멘터리의 선구자

[프로그램 소개]


5분 동안 교육, 경제, 인물, 사회, 시사 등 여러 주제에 걸쳐 상식과 지식을 전달한다.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인문학적 관점을 더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 다음은 <지식채널 e>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구들이다.   

 

지식은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입니다.
현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메세지입니다.
빈틈없는 논리가 아니라 비어있는 공간입니다.
우리의  사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지식채널e <스페셜>편-



[수상 내역]


-2006년 <제 8회 남녀평등상> 최우수 작품상

-2006년 한국PD대상 TV부문 실험정신상

-2007년 방송위원회 대상 우수상

-2008년 한국PD대상 TV 교양정보 부문 작품상

-2008년 환경재단 주최 ‘세상을 밝게만든 100인’ 선정

-2009년 장애인먼저실천상 대상

-2009년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2009년 여성부 남녀평등상 최우수 작품상

-2010년 YWCA가 뽑은 올해의 좋은 TV프로그램상

-2010년 AIBD(아시아태평양방송개발기구) TV Award

-2010년 비추미 여성대상 특별상

-2010년 통일언론상 대상

-2010년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매체부문

-2010년 언론인권상 특별상

-2011년 여성부 남녀평등상 장려상

....(너무 많아서 여기까지만...)



교육용 클립 콘텐츠의 선구자,

감성 다큐멘터리의 선구자,

<지식채널 e>



[다들 한 번쯤은 (학교에서) 봤을 법한 프로그램]


아마 TV로 굳이 챙겨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혹은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라도 봤을 법한 프로그램, 바로 EBS <지식채널 e>이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전국민이 모두 아는 EBS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첫 방영된 2005년에는 (성공할 줄 몰랐기에) 프로그램 사이에 짧게 넣은 비정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 짧은 영상은 유명세를 치렀고, 2007년부터는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지금 1493회(6월 30일 기준)까지 나온 상태이다. 신기한 것은 이미 지난 방송도 지난 방송이 아니라는 점이다. 입소문을 탄 콘텐츠이기만 하면 1년이건, 3년이건 회자되면서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아마 가장 큰 기여자는 전국 초등학교의 선생님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TV의 종말‘, 그리고 트렌드를 따른 <지식채널 e>]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점차 TV에서 N스크린으로 넘어가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짧은 영상’을 제작해 ‘인터넷 무료 서비스화’를 과감히 시행했기 때문이다. 2007년 빈트 서프 구글 부회장은 국제 TV 페스티벌에서 ‘TV의 종말’을 선언했다. ‘앞으로는 컴퓨터가 TV를 대체하며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영상물을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2005년 You Tube의 출범과 함께 사람들은 TV 대신 컴퓨터 모니터 앞으로 몰리고 있었다. 이런 미디어 기술의 변화 방향에 따라 클립 콘텐츠(clip contents)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다.


5분은 지식을 전하는 데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김진혁PD-

출처 : 채널예스 ‘5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간’ 김진혁 PD, <지식채널 e>를 말하다 - 『감성 지식의 탄생』 김진혁


특히 외국에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용 클립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생산되던 시기다. 캐나다의 TVO에서는 클립 형태의 프로그램 편성 빈도가 45.1%를 차지했으며, 8분 이하의 프로그램 총 방송시간이 186분에 해당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BBC러닝, 일본의 NHK 등에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10분 이내의 짧은 교육 프로그램을 생산해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지식채널 e>는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세계의 흐름을 읽은 것이든 우연이었든,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클립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선구자인 셈이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지식채널 e>는 당시 신기술과 맞물린 새로운 콘텐츠 소비 트렌드에 발맞추어 만들어진 국내 다큐멘터리 계의 ‘트렌드 세터’이시다.


[<지식 채널 e>냐, <감성 채널 e>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실 <지식채널 e> 는 유명세와 함께 비판 역시 많이 받아왔다. 인기 있는 연예인에게는 악플이 끊이지 않는 법! 5분 동안의 영상을 보면 분명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맞는데, 뇌가 채워지기보다는 마음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뭔가 ‘뭉클’하고, 때로는 ‘분노’하기도 하며 말이다. 때문에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PD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정작 김진혁 PD는 <채널 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섣불리 하나의 방향성을 갖지 않도록 화두를 던지고,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필자가 느끼기에도 화두만 던졌다고 하기에는 메시지가 너무나 강렬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이 때문에 <지식채널 e> 가 아니라 <감성채널 e> 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당시 방송가에서 지식이 주된 경향이었기 때문에 지식을 짧게 구성해서 전달하는 형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미지와 영상, 음악과 자막이 강렬한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았고, 이것이 바로 <지식채널 e>의 독특한 형식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제작진-


5분의 짧은 영상이 우리 마음을 흔들어놓는 이유는 바로 제작진이 의도한 이미지, 영상, 음악, 자막 덕분이다. <지식채널 e>의 자막은 마치 그 자체가 영상인 듯이 ‘뾰로롱’, ‘휘리릭’ 하는 효과음과 애니메이션 효과를 동반하며 등장한다. 자막이 느리게 등장할 때면 시청자들은 마음속으로 여운을 느끼며 ‘아~’를 외쳤고, 빠른 자막에서는 깨달음과 함께 마음속으로 ‘아!’를 외쳤다. 여기에 노래까지 입혀진다. 때로는 주제에 맞는 노래로, 때로는 완전 대조적인 노래로 시청자의 감성을 쥐었다 폈다 한다.



[기존의 저널리즘적 편집 전통에서 벗어나다]


그래서 ‘감성 다큐‘, ’감성 스토리텔링‘이 안 좋다는 건 아니다. 그건 시청자들의 개인 취향에 맡긴다.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기존에는 이런 다큐멘터리가 없었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사실은 이전에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지 않던 사람들조차 <지식채널 e>는 봤으며, 또 부담 없이 보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짧게 만들어서만은 아니다. EBS에서 내놓은 또 하나의 클립 콘텐츠 <지식 프라임>은 감정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자세로 유익한 지식을 전달했지만, 아쉽게도 1년 만에 종영하고 말았다. 정말 유익했지만 5분짜리 영상 하나를 보고 나면 또 하나 더 보기가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2000년대 중반, 시사 다큐 영역에서 다분히 기존의 제작 관행과 틀을 깨는 혁신적인 메시지 구성 형식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004년 처음 등장한 EBS <지식채널e>이 바로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출처 : 김선진 <TV시사 다큐프로그램의 제작 관행의 변화 연구>


이전의 다큐멘터리는 객관성, 사실성을 중시하는 저널리즘이었다면, 지식채널 e는 이런 ‘편집을 금기시하는’ 편집 전통에서 벗어났다. 오히려 편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메시지의 감성적 측면을 강조한다. 또한 가사가 있는 노래는 의도성이 짙기 때문에 특히나 다큐멘터리에서 금기시 되어왔다. 그러나 <지식채널 e>는 과감하게 가사가 있는 노래를 시작과 동시에 흘려보낸다. <지식채널 e>는 당시 2000년대 중반의 시사 다큐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전통적 저널리즘에서 벗어난 선구자라고도 평가받는다.



[더 알아보기 : 김진혁 PD, 저널리즘 의식을 지닌 교양 PD ]


김진혁 PD는 <지식채널 e>를 처음으로 연출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미니 다큐 제작자라고 할 수 있다. <지식채널 e>의 시작을 그가 맡았던 만큼 현재 <지식채널 e>의 정체성은 김진혁 PD에 때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시절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던 그는 EBS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영상을 찍는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그 안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입사 후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저널리즘, 사회의 소외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되고, 교양 PD는 언론인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생각은 <지식채널 e>에 여실히 반영되었다.


  때문에 김진혁 PD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 역시 소재로 삼아 제작하고는 했는데, 이는 사 측과 갈등을 빚어내기도 했다. 그는 광우병을 소재로 한 <지식채널 e-17년 후>를 제작했다. 광우병을 다뤘다는 이유 때문인지 한 번 방송에 나간 뒤 재방 일정이 모두 불방처리되었다. 하지만 이 일이 불거져 네티즌들이 거세게 항의하였고, 결국 네티즌들의 힘으로 불방을 뒤집었다. 방송은 나갔지만, 그 후 김진혁 PD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팀으로 인사 발령받았다.  


  그 뒤로도 김진혁 PD는 <다큐 프라임>에서 반민특위를 관련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가, 2013년 EBS를 떠났다. 그 후 한예종 교수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그는 여전히 비영리 언론매체 뉴스타파에서 짧은 미니 다큐(김진혁 PD의 5 Minutes)를 제작하고 있다. <지식채널 e>에 비해 덜 대중적이고 덜 보편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여전히 5분짜리 영상으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TV 프로그램 제작 현장을 떠나서도 영상 제작에 애착을 가지는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참고자료

<방송콘텐츠 서비스 전략에 관한 연구 : EBS 지식채널 e를 중심으로>

 채널예스 ‘5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간’ 김진혁 PD, <지식채널 e>를 말하다 - 『감성 지식의 탄생』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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