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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소 Jul 14. 2017

[방송동감#6] KBS <차마고도>

파격적인 투자로 탄생, 한국 다큐멘터리의 세계화 가능성을  엿보다

[프로그램 소개]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험하고, 가장 아름다운 길,

실크로드 보다 200여 년이 앞서는 고(最古)의 문명, 문화, 경제교역로,      

차마고도(茶馬古道),     

그 5000km 세월의 길 위에서 대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소수민족의 다채로운 종교와 문화를 만난다.     

차마고도와 그 길의 소수민족들의 움직임의 전 구간을 세계 최초로 답사, 촬영한 다큐멘터리로 제작 기간만 2년에 달하는 KBS의 야심작이다.      



[수상 내역]


2007 불교언론문화상 대상

2007 대한민국영상대전 다큐멘터리 부문

2007 환경재단 주최 ‘2007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2007 그리메상 대상

2008 방송위원회 대상

2008 한국PD대상 시사,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

2008 AIBD 어워드 월드 TV상 우수상

2008 백상예술대상 TV 교양부문 작품상

2008 일본상 특별상

2008 한국방송대상 대상

2009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영화 TV 음악 음반상

2011 올해의 좋은 영상물 다큐멘터리 부문




파격적인 투자로 탄생한 <차마고도>,

한국 다큐멘터리의 세계화 가능성을 엿보다.




[이게 우리나라 다큐멘터리라고?]


언뜻 보면 바다 건너 영국이나 일본에서 제작한 외국 다큐멘터리 같다. 우리나라의 기존 다큐멘터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영상미와 느린 템포… 이내 배우 최불암 씨의 친근한 정겹고 친근한 목소리로 우리나라 프로그램임을 알 수 있다. 느릿느릿한 영상으로 지구 어딘가의 오지를 담아내는 이 프로그램, 방송사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느낌이 난다. 광활한 초원과 5000m 고도의 설산, 아득하게 깎아져 내리는 대협곡, 그리고 한 번도 조명된 적 없는 티베트 오지 소수민족들의 삶까지 담아낸다. KBS의 <차마고도> 6부작은 국내외에서 꽤나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에서는 이례적인 풀 HD 고화질 다큐멘터리였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은 작은 무료 VOD 제공 화면으로 다시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첫 방송 이후 거듭 재방송 요청이 이어졌고, 재방송에서는 시청률이 더 올라갔다. DVD로도 제작되었으며, 2008년에는 《천상의 길 차마고도》라는 제목으로 60여 분의 극장판 버전까지 상영되었다. 방송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위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그러나 낮은 시청률 때문에 은근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것이 다큐멘터리였다. 하지만 <차마고도>는 이례적으로 다큐멘터리가 영화처럼 스크린에까지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해외에서도 인정받다]


'KBS 차마고도, NHK에서 전파‘ -PD 저널 2008.03.10.-
‘화제의 다큐 차마고도, 日서도 재방송 요청’ -스타뉴스 2008.03.07.-
‘KBS, 국제 방송상에서 잇단 선전’ -PD 저널 2009.10.07.-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인사이트 아시아 2부_차마고도>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제작되기도 전에 선판매 되었으며, 해외 20개국에 수출되었고, 후속작인 <누들로드>와 <인간의 땅> 시리즈 역시 <인사이트 아시아>라는 이름값에 힘입어 선판매 되었다. 한국 다큐멘터리 작품으로는 최초로 국제 무대에서 상도 탔다. 대한민국 다큐멘터리로서는 최초로 《차마고도 - 마지막 마방 편》이 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분 최종 수상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의 경우 2002~2003년 사이 <겨울연가>과 <대장금>이 해외로 수출되어 큰 수익을 올렸고 잠시나마 ‘한류’의 바람이 불었다. 방송계는 ‘한국 방송의 세계화‘라는 희망에 부풀었으나, 그 뒤로는 마땅한 것이 없었다. 일시적인 바람이었고, 지속되지 않았다. 게다가 수입국들은 대부분 아시아에 편중되어있다는 것도 한계였다. 그마저도 일본이 63.1%를 차지했다. 그나마 드라마는 해외로 수출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었지만,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을 목표로만 제작되고 있었고, 때문에 제작진과 방송사는 국제적 경험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성과는 쾌거였다.



[해외 수출, 우연은 아니다]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상 이례적인 성과를 낸 <차마고도>. ‘그저 묵묵히, 열심히 만들었을 뿐인데 입소문을 타고 해외에 알려져서 팔렸어요~’라는 제작진의 대답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사전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은 예정된 것이었다. 제작기간 2년, 순수 촬영 기간 1년 4개월, 편당 제작비 2억(6부작이니 총 12억)이 들어간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한국 방송계에서는 파격적인 투자였다. KBS 제작진의 목표는 확실했다고 한다. 바로 ‘유럽’이었다. 다큐멘터리가 기획 단계부터 국내용이 아닌 수출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은 한국 방송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기획과 제작 비용이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차마고도>의 책임 프로듀서였던 이상요 PD는 논문 <한국 TV 다큐멘터리의 세계화 전략에 관한 사례 연구_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중심으로>를 통해 제작 단계에서 특별히 어디에서 신경 썼는지 밝혔다. 이는 곧 국내용 다큐멘터리와 달리 세계 무대를 타깃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 선정]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이다. 이미 BBC와 NHK에서 웬만한 소재는 다 다루었다. 무조건 새로운 것으로 가는 것이 제작진의 방침이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아직 다루지 않은 것, 그럼에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궁금해 할 만 한 소재, 바로 ‘아시아’였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인사이트 아시아> 라는 이름의 시리즈였다.  



[기존의 한국식 다큐멘터리 스토리에서 벗어나다. ‘거리 두기’]


하지만 소재에는 차별을 두더라도, 주제만큼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했다. 이상요 PD는 이를 ‘세계화 담론’으로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서 <인사이트 아시아 1부_유교, 2500년의 여행>은 사실상 유럽 진출에 실패했다. 이유는 주제 의식이 너무 아시아적 가치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세계의 시청자들과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회귀적인 사상, 너무 교훈을 주려는 서사구조는 아시아 적이고, 특히 한국적이다.


가급적 정보의 요소들를 배제하고 영상과 사운드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김무관PD-

                                        출처 : http://1967jk.blog.me/20043769856 인터뷰 中


그래서 선택한 방식은 가급적 내레이션과 자막을 절제하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주장과 제시, 폐쇄적 서사구조를 탈피하고 시청자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차마고도>에는 음성이든 자막이든 설명이 적다. 그저 어떤 장면을 한참동안 보여준다. ‘차마고도’라는 길을, 그리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거리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하며,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긴다.



[기술력을 국제 표준에 맞추기]


영상과 사운드로 승부를 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엄청난 기술과,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시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일정 퀄리티 이상을 넘겨야 하는데, 그동안 한국 프로그램이 세계 시장에 나가지 못한 주요한 이유는 기술적으로 국제 표준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마고도> 제작진은 최첨단 제작 기술을 동원하여 생생한 HD 화질을 구현했고, 오디오 등의 촬영 장비, 그리고 촬영 이후에도 색 보정, 그래픽, 자막에까지도 모두 최첨단 기술과 고가의 장비를 동원했다. 한국 다큐멘터리 최초로 사운드 디자이너까지 영입하였다.



[자극 받은 한국 방송계]


아쉽게도 <인사이트 아시아> 시리즈는 KBS의 내부 사정 때문인지 4부를 끝으로 사라졌다. 한국 다큐멘터리에 큰 가능성을 제시해준 시리즈물이 폐지된 것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비록 KBS에서는 막을 내렸지만, <차마고도>의 이례적인 성과는 타 방송사들에게 충분히 자극이 되었다. 순수하게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는 욕심도 있었겠지만, 이미 <차마고도>의 행보는 ‘잘 만든 다큐멘터리가 대중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입증한 셈이었다.


웰메이드 다큐멘터리가 대중성도 확보할 수 있다
-김무관PD-

                                     출처 :  http://1967jk.blog.me/20043769856 인터뷰 中


<차마고도>가 방영된 시기인 2007년 12월, MBC에서는 그들만의 대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12월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북극의 눈물> 4부작이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물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두 번째 작품으로 나온 <아마존의 눈물>에는 제작비 총 15억이 투입되었고, 2011년 뉴욕페스티벌 텔레비전 앤 필름 문화이슈 부문 은상을 차지하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SBS에서는 2010년 <최후의 툰드라>가 고품격 다큐멘터리의 계보를 이어갔다.



[더 알아보기 : 다큐 음악의 새로운 지평, 양방언]


양방언(梁邦彦)은 뉴에이지 음악 작곡가이다. 그는 락, 재즈, 클래식, 국악, 월드 뮤직 등의 장르는 넘나들며 실력을 인정받는다.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아마 <차마고도>는 지금의 명성까지는 아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마고도> 1부의 첫 시작은 매우 웅장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탈진 산은 깊은 협곡을 사이에 두고 비탈지게 서 있다. 그러나 그 비탈진 산 위에도 길은 나 있고, 그 위로 사람과 말이 무리지어 지나간다. 이때 시청자들의 감각은 시각에서 청각으로 넘어간다. 신비롭고 무거운 피리소리가 흘러나오고, 딸랑딸랑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클로즈업 되어 보이는 길 위의 사람들과 말은 동양적인 느낌의 형형색색 장식품을 주렁주렁 달고,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이 묵직하고 신비로운 피리 소리는 바로 작곡가 양방언의 ‘고도1’이라는 곡이다.


<차마고도>의 ost는 총 29곡으로, 모두 음향감독을 맡은 양방언 작곡가의 작품이다. 6부작 내내 그의 음악은 방송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차마고도>가 애초에 유럽 수출을 목표로 제작된 만큼 동양적인 분위기를 디테일하게 살려야 했다. 양방언의 음악은 청각적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따로 음반이 나왔음은 물론이고, 2009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영화 TV 음악 음반상까지 수상했다.



**참고자료

-“KBS 차마고도, 국제 에미상 최종 '노미네이트'”. 네이션코리아. 2008년 10월 14일

-이상요, 「한국 TV 다큐멘터리의 세계화 전략에 관한 사례 연구_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중심으로」, 2011

-TV 다큐 '차마고도', 극장판 재탄생”. 미디어오늘. 2008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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