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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소 Jul 31. 2017

[방송도감#8] KBS <소비자고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재미를 위한 현실적인 저널리즘, ‘먹거리’까지도 공론

[프로그램 소개]



*현재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로 제목이 바뀌었다. <소비자 고발>까지의 정보만을 기재하였다.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 --> <소비자 고발> -->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 서비스에 대한 비교실험과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깊이 있고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한다.
든든한 소비자의 파수꾼으로서 시청자들의 공감과 신뢰를 이끌어낸다.


**이영돈PD 이력

1991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997 KBS <생노병사의 비밀>

1999 KBS <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

2002 KBS <추적 60분>

2006 KBS <마음>

2007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2011 채널A <지금 해결해 드립니다> 진행

2013 <이영돈PD 논리로 풀다>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진행

2013 채널A <이영돈, 신동엽 젠틀맨>

2014 JTBC <에브리바디> 진행

2015 JTBC <이영돈PD가 간다>



소비자를 알 권리와 재미를 위한

현실적인 저널리즘,

‘먹거리’까지도 공론화 시킨다

<소비자 고발>



[“소비자가 웃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 국민을 웃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심병’만은 확실히 심어준 프로그램이다. 세상에 뭐 하나 믿고 사용할 물건 없고, 믿고 먹을 것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조그만 상품들은 물론 음식점, 그리고 보험, 렌터카 등의 서비스업까지 세상 모든 생산, 유통 종사자들은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꾸준히 웰빙 열풍이 불어왔고, 소비자들은 생계유지만을 위한 소비 그 이상을 원하게 되었다. 즉, 대한민국은 더 이상 근근이 뭘 먹고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아닌, 어떻게 건강한 음식, 더욱 위생적인 상품을 소비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마 중국의 비위생적인 식품 상태가 연일 보도되기 시작하던 때도 이맘때쯤일 것이고, 식품과 상품의 안전, 위생이 얼마나 선진국이 되었는가의 척도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쯤일 것이다. 이렇게 2000년도 중반, 대한민국은 ‘가치 추구형’ 소비문화를 형성해가며 너도나도 똑똑한 소비자를 자처해가고 있었다.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들의 등장]


소비자 문제는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에요. 소비자의 권리나 소비자 문제가 시대적인 화두가 될 거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했었어요.
-이영돈PD-

출처 : 조대현, <TV탐사보도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 관한 연구 : KBS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을 중심으로>, 2008


이러한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낸 프로그램이 바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들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갈수록 이들의 인기는 치솟았다. 2006년에 MBC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불만제로>, 그리고 그 뒤 2007년에 나온 것이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다. 두 프로그램의 목적은 모두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전의 TV 방송은 거의 친 기업적이었다. 광고의 성격을 띠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던 추세였다. 맛집부터 시작해서 이색적인 카페, 재미있는 상품 등을 소개하는 사업자 중심의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프로그램은 <불만제로>와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이 처음이었다.


아마 MBC의 <불만제로>가 먼저 나왔는데 왜 KBS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지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 시청률? 아니다. <소비자 고발>이 조금 앞서긴 했지만 시청률은 두 프로그램 모두 10% 내외로 비슷했다. 이유는 <소비자고발>이 취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포맷에 대해 할 말이 더 많기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소비자들의 편에 서서 불만을 해소해주고, 더 나아가 제도적인 개선까지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지녔지만, <불만제로>는 예능에 가깝다. 연예인들이 패널로 나오며, 중대해 보이는 사건을 좀 가볍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소비자 고발>은 형식만 놓고 봤을 때는 좀 더 정통적이고 포멀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형식을 지닌다.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공익적 성격을 지닌 만큼 <불만제로>보다도 <소비자 고발>에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경향도 있다.     


[‘먹거리’에도 저널리즘은 존재한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본래 ‘사회적 변화를 촉발하고 환경을 감시하는 수단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미국 탐사보도 협회(IRE)에서는 ’탐사보도‘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숨기고자 하는 중요한 사건이나 정보를 파헤쳐 보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저널리즘의 성격이 짙어 사회 구조적 문제를 조사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포맷을 보인다. 미국에서는 CBS의 <60minutes>, ABC의 <Close up> 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PD수첩>, <그것이 알고싶다>, <추적 60분>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프로그램들은 ‘PD 저널리즘’적 특성을 보이는데, PD에 의해 제작, 진행되는 한국 특유의 저널리즘이다. PD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성격을 지녔다.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하고, 기업 혹은 공공기관과 연계하여 제도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제작진의 기획의도-


그리고 점차 소재와 취재 방식이 다양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그 시작이 바로 <소비자 고발> 같은 프로그램이다. 결국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은 다른 시사프로와 마찬가지로 저널리즘의 한 분야로 표현될 수 있다. 2009년에 나온 한 논문에서는 아예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또는 알고 싶어 하는 중요한 사건이나 정보를 파헤쳐 보도한다. 온갖 사회문제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를 전달하는 세분화된 영역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소비자 고발>에서는 먹거리를 포함한 다양한 상품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 구체적으로 ‘안전한 먹거리’에만 초점을 맞춰 식품 전문 고발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그 외에도 연예계 고발, 일반 개인의 사생활 고발 등 다양한 전문 방송들이 탄생했다. 더 이상 복잡하고 정치적인, 혹은 거시적인 사회적 문제가 아닌 현실적이고도 ‘실사구시’적인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쉽게 말해 대중들의 ‘알 권리’를 중시하는 프로그램들 말이다. 물론 이 모든 프로그램들이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은 제법 사회적 정의까지도 실현하는 ‘그럴듯한 알 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을 견제하고, 정부에 제도 개선 압박을 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주니까 말이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하여]


이렇듯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힘쓰며 ‘폭로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응당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공익성’과 ‘객관성’이다. 얼마나 공익적인 시선에서 보도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실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의견 개입 없이 객관적으로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일반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조사 방법을 사용하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과학적 실험도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PD들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공무 및 법률, 의료 및 환경, 먹을거리, 유통, 주거 및 교통, 여성 및 교육 등 PD들마다 담당하는 분야가 있다. 물론 이 중에서는 먹을거리와 유통을 담당하는 PD가 가장 많다. 먹을거리 관련 보도가 가장 많은 이유이다. 한 회에 두세 가지의 소재가 나오는데, 하나의 소재가 소개되기 전에 먼저 담당 PD의 사진과 이름이 멋있게 소개된다. 세상의 모든 비리를 폭로하는 영웅의 느낌이 들게 하는 연출이다.      



[소재선정 기준은 ‘재미’]


물론 진정으로 영웅이 되려면 소재 선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소비자 고발> 제작진이 밝히는 소재 선정 기준을 보면 이러하다.


①신뢰성 ②특종성 ③흥미성 및 시청률 ④공익성 ⑤난이도

▲출처 : 조대현, <TV탐사보도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 관한 연구 : KBS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을 중심으로>, 2008


그런데 눈에 띄는 기준들이 있다. 특종성과 흥미성 및 시청률 역시 제작진이 밝히는 소재 선정의 기준임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특종성’은 매우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기준이 된다고 한다. ‘특종성’이란 이미 소비자들이 다들 알고 있는 만연한 위험요소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위험이 아니라, 아직 소비자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맛있게 먹고 있거나 마음껏 사용하고 있는 상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소재의 선정 과정에서는 문제가 생기기 쉽다. 첫째로 너무 자극적으로 다루기 쉽다. 위험을 주제 중심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그리고 가해자-피해자 이분법적 대비 구조를 명확히 해버리면서 막장으로 치닫기도 한다. 물론 보기에는 매우 재미있다. 시청자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몰입하여 보게 되고, 프로그램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악을 처단하는 정의의 편에 서있는 듯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위험 소재의 선정 과정에서 언론은 실존하는 위험을 간과하고, 대신 상대적으로 흔치않은 위험을 즐겨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Singer,E. & Endreny,P.M. , 1993-


두 번째 문제는 특종성을 강조하다 보니 실제로는 사회에 만연한 위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위험인 듯 이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불필요한 불안이 조장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은 <소비자 고발>에 소개된 음식이나 상품을 불신하게 되고, 소개된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필자는 어린 시절 중국산 바지락에 대한 보도를 보고 난 뒤 아직까지도 바지락이 꺼려질 정도이다. 재미’와 ‘공익’이 한 끗 차이인 이 프로그램, 그 사이의 아슬아슬 줄타기가 프로그램의 질과 사회적 저널리즘 구현 여부를 결정한다. 즉 ‘모 아니면 도’, 잘하면 영웅이 되고 실수하면 뻥쟁이가 되고 만다.



[폭로 프로그램의 숙명, ‘입방아’]


때문에 늘 화제성 하나는 확실한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누군가는 고발되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는 폭로 저널리즘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명예 훼손, 인격권 침해 등 각종 문제에 휘말리기도 한다. 특정업체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지 않아 한 배우가 운영하는 황토팩 기업에 3억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제작진의 편집에 따라 기업이 피해 입는 경우가 있다. 한 번 방송에 노출되면 해당 기업이나 매장은 물론 유사 품목을 팔고 있는 곳까지도 피해 입기도 한다. 실제로 제작진은 소규모 업체의 피해, 잘 하고 있는데도 유사 품목이라는 이유로 입는 선의의 피해 등을 역기능으로 꼽았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1%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의 내용이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60.3%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이슈화된 음식을 다시는 먹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그만큼 기업이나 상점들 사이에서는 ‘위험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작진에게 직, 간접적으로 통제 요인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눈 감을 수도 없지만, 그러한 통제 요인에 반응하여 시원하게 폭로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프로그램의 위기가 된다. 그만큼 제작진에게는 어떤 기준을 가장 중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건 “시청률, 다음으로 CP의견, 그 다음은 팀장님 의견...
-오승아PD-

출처 : 조대현, <TV탐사보도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 관한 연구 : KBS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을 중심으로>, 2008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겠지만, 그럼에도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제작진의 원칙이라고 한다. 사실 모든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원칙은 늘 중요한 것 같다. 간섭이 존재하면 자유로운 폭로가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중요한 원칙이 있다. PD 저널리즘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고발했을 때 실현된다. 그렇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작된 것이 <소비자 고발>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쪽에 서있는 약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구설수에 자꾸 오르면서 <VJ 특공대>와 함께 ‘조작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는 만큼,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 지켜야 할 객관적이고 공익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소비자 고발>에게는 핵심적인 과제였을 것이다.




**참고자료

-전흥렬, <TV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위험보도 제작과정-KBS ‘소비자고발’을 중심으로->

-헤럴드 경제 <‘안전한 먹거리’ 관심에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인기>, 김현경, 2016.02.27.

-조대현, <TV탐사보도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 관한 연구 : KBS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을 중심으로>, 2008

-주석,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관련집단간의 인식차이 연구-제작진, 기업, 기자 집단을 중심으로->, 2013

-유현정 외 2명,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소비자의 식품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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