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리는 꽃잎 속으로 곱게

아이유 - 라일락

by 재영
하이얀 우리 봄날의 Climax.
아, 얼마나 기쁜 일이야.


곱게 여린 소년 같던 민들레가 눈 깜박할 새에 머리가 하얗게 샌 할배가 되어버렸듯이, 나의 20대도 순식간이어서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다. 봄은 참 정신없고 바쁜 계절이다. 꽃 피울 준비가 버겁고, 샘내는 바람에 춥고, 그렇게 고통스럽게 내놓은 꽃이 옆의 것들보다 어딘가 부족하면 안 되고, 그 짧은 동안에 져 버리기까지 해야 하는 계절. 따뜻하다가도 훅 추워서 도대체 어떤 옷을 입고 나서야 할지 헷갈리는, 그런 계절.


동갑인 가수는 내 나이를 잊을락 말락 할 때마다 친절하게도 자기 나이에 대한 노래를 지어 불러준다. 그럴 때마다 난 항상 나보다 앞서 달리는 이의 거친 숨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이라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 스물셋, 스물다섯, 스물여덟. 언제나 그가 노래하는 나이에 맞는 모습보다 정신이 덜 자란듯한 느낌. 조급했고, 행복하지 못했다. 또래보다 고민이 덜 하면 자신이 게으른가를 의심해야만 하는 슬픈 시대에 사는 우리니까.


종장終章에 이르러 돌아보니, 다행히도 거울은 내게 미소를 짓는다. 드넓디 드넓은 이 벌판에 어떻게든 홀로 서고 있는 것이 전혀 안쓰럽지 않아서. 그 모든 방황, 그 모든 낯섦, 그 모든 고뇌에 치이면서도 꿋꿋이 시나브로 뿌리내린 스스로가 대견해서. 이젠 더 이상 아지랑이에 일렁이지는 못하지만 섭섭하고 아쉽지만은 않다. 이미 무언가 속에서부터 약동하는 느낌이기에. 우거진 신록新綠을 내보일 수 있을듯한 자신自信이 어디선가 생겼기에.


그래서, 나도, 그도, 처음으로 마음이 맞아서, 미련 없이 보낸다. 알록달록함이 그리울 수 있겠지만, 아쉽지 않다. 우리의 꽃은 저마다 차고 넘치게 아름다웠고, 어느 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없었다. 끝이 둥그스름한 햇빛도, 일등 가수로 만들어준 흩날리는 벚꽃비도, 달콤하게 머리칼을 부비던 봄바람도, 이젠 봄이 한창인 시절의 누군가에게서 살짝 엿볼 수만 있겠지. 하지만, 예쁘고 자연스러운 끝을 맞은 연인들의 마주침처럼, 일말의 시샘도 없이 '씨익-'하는 소리 없는 웃음으로 눈인사만 건넬 테다. 우리는 충분히 최선을 다 했으니까.


나의 봄, 나의 20대, 나의 모든 처음,
이젠 기쁘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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