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絃을 고르는 나날들

짙은 - 곁에

by 재영
곁에 머물러,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네 향기가 짙게.


아이고, 되다. 힘들었지, 자기야. 우리 나이 먹긴 했나 봐. 하하. 옛날에 여기 왔을 때는 바닷가에서 오후 내내 물장난치고도 저녁에 도다리회도 먹고 술도 많이 마시고 했었는데. 응, 그니까. 잠깐 놀았는데도 힘에 부치네, 이제. 큭큭큭. 그때 우리 엄청 비싸고 예쁜 숙소 무리해서 잡아놓고 술 잔뜩 취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들어가서 아무데서나 잤잖아. 일어나서 막 돈 아깝다고 그러고. 진짜 재밌었는데. 그게 벌써 몇 년 전이야. 우리 이제는 오늘처럼 갔던 곳도 많이 가보자. 뭔가 색다르네. 가본 곳에 같은 계절에 와도 우리가 달라져 있어서 새로운 것 같아. 옛날 얘기하는 재미도 있고 말이야. 응, 응, 응. 맞아. 그니까. 나도 사랑해. 응? 하하하. 뭐야, 아직도 그런 걸 물어봐? 우주에서 이 먼지 하나 뺀 만큼? 먼지 하나는 왜 빼냐고? 이거마저 채워버리면 자기 생각만 할 테니까 일상생활 불가야. 큭큭. 귀엽네 오늘도. 와, 근데 여기 카페도 뭔가 많이 변했다. 의자도 엄청 푹신해지고. 커피는 좀 덜 맛있어? 아무래도 유명해지다 보니까 그런가 봐. 그래, 맞아. 원래 돈 많이 벌면 초심 잃는 거지 뭐. 아까 주문할 때 알바들도 좀 뭐랄까, 되게 거리 두는 것처럼 주문받더라고. 저번에 왔을 때는 엄청 친절했잖아. 근데 오늘은 좀 이상하더라. 바닐라 라떼랑 플레인 요거트 스무디 달라니까, 음료 두 잔이요? 이렇게 몇 번 되묻던데? 바빠서 정신이 좀 없었나? 평일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텐데. 흠, 그러게 희한하네. 어, 맞아. 바빠 보이지는 않던데. 그니까. 나도 들었어. 음료 만들면서도 막 드라마 얘기하던데? 그거 뭐지, '멜로가 체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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