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눅눅해지는 날, 기도

2단지 - 구원

by 재영
오 날 깨끗게,
오 날 깨끗게.


그릇되지 않게 하소서. 모든 것이 있어야 할 곳과 때에 있게 해주시고, 저 또한 옳은 자리에서 마침맞은 시간 위에 올라있게 하소서. 기시감의 연속으로 당신 계획 안에서 그 모든 바름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소서.


비뚤어지지 않게 해주소서. 저 칠흑의 풍파들에도 언제나 조타륜을 부여잡도록 하소서. 차라리 지옥이 나을 거칠고 고된 항해에서 매사 아주 조금의 보람이라도 찾는 제가 되도록 해주소서. 그 빛으로 인도하소서.


마지막으로, 부디, 결코 씻지 못할 죄를 잊을 수 없게 하소서. 언제나 속죄하며 살도록 해주소서. 망각과 합리화와 반복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게 하시고, 숨을 잃어가는 양심에게 축복을 주소서. 온 마음으로 분노하고 울게 해주소서.


그렇게, 결국에는, 이 모든 벌건 녹의 사슬들로부터, 마침내, 자유로울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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