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경 - 명왕성
수년째 밤을 헤매어도 나를 품어줄 별을 찾을 순 없어.
나의 행성을 떠나려고 해도 어떤 슬픔이 내게 허락지 않아.
냉전의 시작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했던 경쟁 끝에 자본주의가 결국 사회주의보다 우세해진 것은 더 자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모든 천체가 동등한 질량을 가진다고 가정하면, 그 우주는 무분별한 충돌로 인해 금세 파멸할 것이 자명하다. 태양 같은 질량이 큰 항성들이 구심점이 되어 상대적으로 질량이 적은 행성들을 궤도에 묶어 놓음으로써, 우리의 우주는(적어도 이 태양계는) 비교적 오랜 시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와 용산 등지에서 쏟아지는 직장인들을 보라. 자본이 더 많은 기업에 붙들려 매일 똑같은 궤도를 공전하고 있지 않은가. 애석하게도 그들은 안정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이렇듯 거시세계에서 만유인력은 절대적인 법칙이기에, 비단 천체와 자본뿐만 아니라 사람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마치 태양처럼 자신의 넘쳐나는 매력을 환한 웃음으로 뿜어대는 이의 주변에는 자연히 여러 행성 같은 사람들이 묶이게 되기 마련이다. 그들 중에는 적절한 양의 매력과 사이의 거리로 운이 좋게 행복한 공전을 하는 이도 있겠지만, 한참 모자란 매력과, 항성에 예속되어 있는지도 의문일 정도의 먼 거리 탓에,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를 갖고 외로이 맴도는 이도 있다. 철저한 자기계발로 매력을 늘려 항성계를 탈출하는 것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탈한다고 해도 적당한 항성계에 다시 속할 확률도 거의 없고, 오히려 다른 천체들과의 무분별한 충돌들로 산산이 박살날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있는 듯 없는 듯 공전을 하다 보면 어느새 비슷한 매력을 가진 이가 비슷한 거리에서 발견되고 그와 같이 왜소행성으로 치부되어 자기의 이름마저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