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 -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
그땐 몰랐었던 행복한 시간들.
시간이 흘러도 좋은 기억만 내게 남겨줘서 고마웠어.
시간에 네가 묻어 흐르는 것이 당연했었다.
당연히 같이 하교를 하고, 당연히 같이 점심을 먹고, 당연히 같이 독서실을 가고,
당연히 너랑만 문자를 했고, 당연히 너랑만 영화를 보고, 당연히 너랑만 카페를 가는.
중1부터 고3까지, 이 세상은 너랑 나의 2인용 게임이었다.
각자 접속해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된 한 화면을 같이 쳐다보며 하는 그런 류의 게임.
그러니까, 언젠가 엄마가 넌지시 '아들, 결혼은 할 거야?'라고 물었을 때, '응, H랑 하지 않을까?' 하는 대답이 숨 내뱉듯이었지.
우린 분명 각 계절들을 여섯 번씩 함께했는데, 돌아보면 그 앳된 녀석들은 항상 초여름에 있다.
깔깔대는 웃음이 반짝, 내밀었던 감기약이 반짝, 싸이월드 일촌명이 반짝거리며. 풋풋, 청춘, 이런 단어들보다는 반짝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며.
‘사귀는 건 아냐!’라며 괜한 역정을 내며 세상에 공표 해대도 그 시절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다. 그런 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단 한 사람, 나만 빼고.
지나간 애인을 추억한다기에는 너무 간지럽고 진지하다. 그냥 오랜만에 먼지 잔뜩 쌓인 앨범을 열어보는 기분.
나의 십 대가 그렇게 아름답고 반짝이며 기억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마워.
아기 정말 정말 이쁘더라. 제 엄마랑 웃는 게 똑같아서. 엄마 닮아서 분명 똑 부러진 멋진 딸로 자랄 거야.
앞으로도 항상 응원할게. 남은 삶의 모든 순간이 화목하게 반짝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