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 - 크리스마스 카드 (feat. 김형중)
그대여, 메리 크리스마스. 잘 지내나요?
그대 앞에 축복을, 좋은 사람 만나 함께 하기를.
2012년 크리스마스,
안쓰러운 사랑을 겨우겨우 숨 붙이던 스무 살 서울 촌놈과 경남 김해 촌년은
태어나 처음으로 종로, 정확히는 피맛골에 갔다.
2주는 족히 여러 고급진 식당을 검색했었다.
성인이 되고 맞는 첫 크리스마스였고, 가족과 보내지 않는 첫 크리스마스였다.
괜스레 한껏 높아진 눈에 들어오는 뷔페라도 찾게 되면,
손가락에는 이미 은빛의 주말 없는 두 달이 끼워져 있었으므로 주머니 사정은 더욱 딱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특별하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싶었던 우리였기에
괜한 트집과 폄하로 일말의 자존심을 여러 번 지켜야 했다.
“보쌈이 먹고 싶어.”
아마 그의 자존심이 허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을 테다. 인당 만 오천 원에서 이만 원.
그 말에 화색이 돌며 옳다구나 맞장구쳐버린 지질한 나는 서울에서 최고로 맛있다는 보쌈집을 검색해댔다.
그렇게 우리는, 뽐내며 대로를 오다니는 명품백과 코트들로부터 도망쳐서, 양반들 말을 피하듯 아무 인기척도 없는 컴컴한 크리스마스 피맛골 골목으로 숨었다.
담이 낮은 낡은 미로에서 지도 띄워진 핸드폰 하나 맨 손에 들고 가게를 찾아 헤매며 나눴던 웃음,
제 손에 입김 호 불어 손등 감싸주던 그 사람 온기.
보쌈은 정말로 맛있었고, 가게 안은 우리만 존재했으므로,
오늘, 2012년 12월 25일에는 우리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커플은 없을 것이라며 서로를 보듬었다.
어쩐지 발을 들일라 하면, 왼쪽 아랫 가슴이 저릿해서 자꾸 피하게 되던
그 골목이 재개발이 되어 사라졌다는 걸 2020년 12월 25일에 한 예능을 보다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지 뭐”라는 패널의 말이 볼에 흐르므로 적는다.
장담컨대, 2012년 12월 25일,
우리는 가장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