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滅

Matt Maltese - As the World Caves In

by 재영
Oh girl, it's you that I lie with. As the atom bomb locks in.
Oh, it's you. I watch TV with. As the world, as the world caves in.


처음이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건. 사실 첫경험인 것이 너무도 상식적일 테니까. 언젠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이 함몰된다면 곁엔 네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무 기념일도 아니었던 어느 날 네게 선물 받았던 보랏빛 실크 재질의 커플 파자마 차림으로. 장장 한 시간 거리를 함께 오가며 직거래했던 KRK사(社)의 노란 우퍼 모니터 스피커로 각자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차례로 들으며. 마지막 순간에는 역시, 함께 만든 우리 이야기가 담긴 왈츠풍의 노래겠지. 술이 매우 약한 너지만 문자 그대로 최후니까 내일의 숙취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내가 즐기는 잭 허니를 스트레이트로, 다음 생에서의 행복을 위하여. 껴안지는 말자. 생에서 마지막으로 동공에 담기는 장면에 네가 없으면 곤란할 테니, 마주 본 채로.


수소폭탄이 가장 가능성이 클 것이라 생각했다. 혹은 대지진, 아니면 싱크홀이겠지, 했다. 멸망의 이유가 너일 줄은 아인슈타인도 몰랐을 거야.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로 시작됐던 어둠에서 눈을 떴다. 온 우주의 무게중심이었던 네가 사라져서, 남겨진 것들의 누런 소용돌이는 파멸로 휘몰아치고 있다. 내 마지막 잠에서 살짝 엿본 평행우주의 우리는, 나의 여전히 서툰 기타 위에 네 마림바 같은 목소리를 얹어 새로운 우리의 노래를 만들고 있었으므로, 아직 터는 남은 화장실에 달려가 변기가 있던 자리에 구토를 할 정도로 질투가 일었다.


곁에 있는 마지막 것이 토사물인 것은 상당히 비참할 테니 가까스로 바닥 타일들을 붙잡고 기어나갔다. 겨우 다다른 거실의 천장에는, 한 송이씩 줄지어서 매달린 노란 프리지아들. 다리가 얇은 의자 위에 위태롭게 올라서서 다발을 송이마다 떼어 방을 꾸미던 네 허리를 뒤에 붙어 잡아주며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칭얼대면, 너는 뒤돌아서서 보금자리가 예뻐야 머무는 사람'들'도 아름다운 향이 난다고 구박을 주었다. 그럼 야릇해진 자세와 '함께'를 약속하는 네 예쁜 말에 그대로 사랑을 나누었던 기억. 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꽃말이 '끝'을 내포하고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