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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May 19. 2021

제발 좀 잊혀줘 이제

Nell - Part 2 (Acoustic Ver.)

익숙하긴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버텨지긴 하지만 힘든 건 여전해.
놓아버린 듯해도 여전히 손끝에, 지워낸 듯하지만 여전히 가득해.


나 요새 여섯 시 반에 잘 일어나 일곱 시쯤 삼 킬로 조깅하고 들어와서 여덟 시쯤 오트밀로 아침 먹어 약 두 알 먹는 것도 이제 잘 안 잊어버려 분홍 하나 하양 하나 씻고 준비하고 출근하는데 그게 즐거워 요새 나 재밌고 쾌활하다고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좀 있는듯해 열한 시 반에서 열두 시 사이에 점심 꼭 먹고 양치도 잘해 일 마치고 오후 네시에는 헬스장 가서 웨이트하고 오키로 러닝 뛰어 여섯 시에 집 들어와서 저녁으로 닭가슴살이랑 샐러드 먹고 게임 간단히 한 시간 정도 하다가 유튜브 뮤직 나만의 믹스 틀고 책 읽어 거의 하루에 한 권 정도 술 안 마신 지도 벌써 두 달째고 담배도 끊었어 열 시 되면 삼 초 동안 인스타 스토리 훔쳐보고 바로 글 써 두 시간 쓰고 열두 시 되면 침대에 눕고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잠 못 자면 어쩌지 걱정하는데 머리 대자마자 곯아떨어져 

봐봐, 나 이렇게나 하루 종일 괴로워해 온통 엉망이고 망가져서 삐걱거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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