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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Jun 03. 2021

이제 산들바람 한 줌에도 실리는 깃이 되어서

YeYe - ゆらゆら

めんどくさがるから難しいだけ。
比べる事はないさ。


그렇게 다시 또 귀찮아졌다. 반복은 필연적으로 단조롭기에, 부러 눈물겨운 영화에 취한다던가 애절한 노래를 안주 삼는다던가 하는 행위는 불가해한 허례허식에서 더도 덜도 아니다. 청소와 정리가 거창하면 으레 난처했고, 대책 없이 미련하지는 않으니까, 언젠가부터는 축적되는 것을 나와 함께 섞어놓지 않고 주변에 군데군데 옹기종기 모아놓았다. 하지만 분리수거는 문화인의 덕목이고, 아무리 간단해도 어쩔 수 없이 귀찮음은 감내해야 하므로, 별 수 없이 한숨은 샌다.

언성도 체력이 받쳐줘야 높아지고, 이젠 그럴 능력도 필요도 없다. 사랑의 밀어보다도 이별의 대화가 나긋함이 증빙. 불가피한 상냥함이 감정의 잔존이라고 혼동하면 서로가 피곤해짐을 그 녀석도 진작 알아서 다행이었다. 우리였던 것, 은 분명히 치우쳐졌었고 그게 어느 쪽이었든 두 명분의 마음을 감당하기는 피차 여유가 부족했으니 개연성이 충분했다. 나 또한 어느 변두리에서 아기자기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부디 그랬기를. 죄책감도 이제는 그저 지겨울 뿐이니까.


바람이 살랑거리며 물고기 풍경을 툭 친다. 이젠 많이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 위에서 그저 메트로놈만이, 흔들흔들. 기울어져서 두 발로 무게를 버티는 피아노 의자만이, 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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