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 청원
그대 맘이 식어만 갈 때, 더 이상 그대의 한기를 녹여줄 수 없다면,
가슴이 죄어오더라도, 단 한 조각의 미련도 남기지 말고, 숨으로 내쉬어 주오.
"달콤한 말이지 못해서 부끄러워."
발개진 뺨의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그렇게 말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만큼 사랑해 주던 사람인 아빠가 돌아가셨고, 그래서, 그래서 우리의 끝이 두려워."
"혹시라도, 내가 조금이라도 실망스러워져서,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이 줄어든다면, 꼭 떠나가 줘.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요."
항상 그런 사람이었다. 걱정이 많은, 가슴이 작은.
그러므로, 찬란한 시작의 순간에 비참한 끝을 이야기하는 사람.
조심히, 조용히 스며든 그의 향이 옅어질 때쯤,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고,
그렇게나 소심한 그가 먼저 짐을 챙겼다.
원망의 눈빛 하나 없이,
원래 갈 길이었던 것마냥 아주 당연한 몸짓들로.
올려다보면 서서히 빛을 잃어가던 손톱 같은 달을 백 번쯤 본 뒤에야
아팠고, 시작과 함께 끝을 생각했고, 그 자연스러움의 부자연스러움을 만졌고, 아팠다.
나는 물었고,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달은 오늘도 달콤하게 빛을 잃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