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 - 너의 바다에 머무네 (feat. 김동률)
너의 푸른 바다. 다 타버릴 거 같았던 우리.
까마득히 해맑아서, 숨이 멎을 것 같았던 우리.
우리가 처음 만난 계절보다 조금 가라앉은 날씨. 지겨울 정도로 지독한 정은 쉽게 떨어질 줄 몰랐고, 이별여행이라는 유별난 종말의 방법을 택하게 했다.
눈물겹도록 미숙한 연애였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온 힘을 다해 미숙했다. 두 공대생은 서로의 감정에 놀라울 정도로 무신경했고, 갈등은 처음 얽힌 곳부터 어느 한 군데도 풀어질 생각도 없이 연리지의 얽힘보다 더욱 견고해서, 관계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도 못 내는, 그저 잘라낼 수밖에 없는 심하게 꼬인 낚싯줄이었다.
평생 한 번도 옷 선물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터미널 지하상가에서 하얀 원피스를 꼭 선물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이해하지 못하는 논리적이지 못한 충동으로, 꼭 어디엔가 그래야만 한다고 적혀있는 것만 같아서, 설명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하필이면 왜 그날, 왜 안면도라는 아무 연도 없는 섬을 택했으며, 버스시간에 쫓기면서도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찾아다녔을까.
주고받았던 약속의 말들만큼이나 가볍고 추레한 짐을 풀었다. 그 친구는 레이스가 나풀대는 원피스를 입고, 안 어울리지 않냐며 볼을 붉혔다. 지금은 없어진 순대국밥 집 나무 테이블에서 나의 얼큰히 취한 고백에 '응'하며 대답했던 그때처럼. 철 지난 해수욕장은 아무도 품고 있지 않았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파도를 맞으려 모래를 밟아갔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바다 안개가 꼈고, 난 잡은 손 너머로는 그의 흐릿한 실루엣 밖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분명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잡은 손을 놓고 나아가는 하얀 드레스만은 사이의 거리가 얼마든지 또렷했다. 안개는 콧잔등을 따라 흘렀고, 술기운에 앞이 흐릿한 밤마다, 다시 한번 그가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