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t Baker - My Funny Valentine
Stay little Valentine, stay.
여름에 태어난 사람이 왜 가을 햇살 빛을 띠고 있는지 항상 의문이었다. 윤이 나는 갈색 머릿결과 건강히 그을린 살결, 한쪽에만 있는 보조개가 모여 초콜렛이었다. 떠올리면 포근하고 달콤한 밀크초콜렛. 부드럽고 강렬한 인간이었고, 곁에 두며 느낀 길티 플레저에 황홀하여 정신없었기에 단꿈 같은 달짝지근한 시절이었다.
많은 것을 알게 해 준 사람이었다. 말차의 존재도 덕분에 알았고, 녹차와 말차의 차이점과, 말차가 담긴 프라푸치노의 달달한 씁쓸함 또한 그랬다. 하늘색 블라우스 입은 네가 하얀 머그에 담긴 짙은 초록 액체를 음미하는 장면의 색 조합은 자연 그 자체여서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또렷하다.
내가 네게 주었던 것은 무엇이 있을지 아무리 곱씹어봐도 단 하나밖에 없어 쓰다. 말차 초콜렛을 좋아한다는 말에 유도리 없던 공대생은 구할 수 있는 온갖 녹차 초콜렛을 죄다 사서 발렌타인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 안에 정확한 '말차 초콜렛'은 없었으므로, '정확'에의 강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초콜렛을 만들어 말차 가루를 뿌려 선물해야만 했다. 정확함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한 탓에 생크림이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결국 굳지 않은 초콜렛에 덕지덕지 초록 파우더를 묻힌 기괴한 비주얼의 그것을 건넸을 때, 나는 이번에는 네 눈에서 행복이라는 것을 배웠다. 손가락에서 녹아 흘러 제대로 먹지도 못했으면서 너무너무 맛있다는 말을 그렁그렁한 눈과 전해주었을 때, 나는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어쩌면 그때 내가 네게 준 것은 그 초콜렛이었던 것이 유일할 것임을 알아서 그랬는지도.
네가 내게 준 것들, 그것들에 사랑이 포함되어 있음에 네게 두고두고 감사하다. 이 말에 담긴 참뜻을 덕분에 느꼈다. 방안 가득 날린 말차가루에 나오는 재채기가 번거롭지 않은 것, 김이 나지 않는 뜨거운 초콜렛에 덴 손이 아프지 않은 것이 그 반증일 테다.
달콤한 시절이 끝이 났고, 이제는 씁쓸함만 남아있지만 네 말마따나 기분 나쁘지 않은 씁쓸함이기에.
너는 내게 초콜렛이고, 말차다.
행복한 발렌타인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