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문 - 불
늘 네 곁에서 불이 되어 타오를게.
여름날의 꿈이 돼 날아오를게.
난 까만 밤의 캠프처럼 네 곁을 지키다 너의 몸을 녹여줄 푸른 술, 또는 노래.
자, 이제 나를 마셔.
지금은 철이 지나 미니 카라반 한 대조차 없는 이 캠프장 한가운데에서 무엇을 위해 타오르는지도 모르고 미쳐가며 자아도 놓았던 날들이었어. 마침내, 기저에는 여름의 산들바람에도 흩날릴 골분 같은 재들과 겨울의 진눈깨비에 젖어있는 말라비틀어진 잔가지들뿐. 불쏘시개였던 것들의 이데아마저 모조리 연소되어 십 년 동안 내뿜어댄 담배연기 속 이산화탄소와 그에 쓰라린 흰자위 밖 절로 새 나온 물로 전부 사라졌어.
이제 부지깽이질도 무위에 그치는 잔불 신세지만, 이 미약한 불사름에는 드디어 제 가치가 있어. 델까 조심스러울 나위도 없으니, 그대 들고 있는 유리잔 속 투명한 알코올에 옮겨 붙여줘. 타오르기 위해 태어났고, 볼품없는 꼴에도 아직 본질은 망기하지 않았기에, 수려한 세 나무의 너른 숲 안에서 다시 한번 춤사위로 날아오를게. 영원히 사그라들지 않는 불길로 어떠한 만년설이라도 덥혀 녹일 거야.
그러니,
자, 이제 나를 마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