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연가

김동률 - 오래된 노래

by 재영
오래된 테잎 속에, 그때의 내가 참 부러워서, 그리워서,
울다가 웃다가 그저 하염없이 이 노랠 듣고만 있게 돼.
바보처럼.


지독히도 두려웠어. 추억이란 앙상블의 섬세한 연주에 너무도 자연스레 끼어드는 노이즈들이.

미쳐버릴 만큼 억울해. 낯선 코드 폼은 몇백, 몇천 번 반복해야 손에 익을까 말까 한데, 빌어먹을 뇌는 VHS 방식이라 되감을수록 늘어져서 결국 재생조차 되지 않을 테이프에 그렇게도 생생한 HD의 장면들을 담았더라고.

그래서 어디에든 옮겨놓으려 했어. 언제든지 꺼내어보아도 4D 영화처럼 그 날들의 제각기 다른 향기마저 맡을 수 있는 매체에.

우습게도, 벙어리가 귀는 밝기에 추억은 노래들로 변해가.

그런데 이 짓거리에 정성을 다할수록 끔찍한 저주들을 퍼붓게 돼. 음악공부에 열심이지 않았던 그때의 게으른 나에게 말이야.

주고받았던 눈빛과 그 사이로 넘쳐흘렀던 감정, 상투적인 문장들에 담긴 유니크한 뉘앙스는 아무리 애써봐도 이제와서는 오롯이 옮겨지지 않고,

결과 깔을 조금이라도 비슷하게나마 흉내 낼 요량으로 같잖은 미사여구와 복잡한 코드들을 덧대다 보면 서툰 화장을 한 초등학생이 되어버리는 사랑의 날들이더라.

이 조악한 것이 네게 보이게 된다면, 세상에 아름다운 시절의 소리를 간직할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되겠지.

다시 또 두렵기에, 제 소리 잃은 벙어리는 행복했던 시절의 우리 목소리 담긴 너무나도 러프하고 동요 같은 노래로, 늘어져 닳은 비디오를 리와인드하며 끙끙댈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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