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눈맞이

짙은 - 첫눈

by 재영
아침이 와. 이젠 사라져야 해.
모든 게 녹아 흘러가겠지만, 어제 추던 그 춤을 기억해.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잠이 찾아올 턱이 있나. 벽에 걸린 검은 캔버스는 그 날의 첫눈이 고요히 소란한 와중인데. 못 본 체 감은 눈의 까풀에마저 육화六 알알이 흩뿌려져 극사실주의 점묘화 그려지면, 솔거率居에 속은 새는 그림 속 가로등으로 늦은 산보 나갈 수밖에. 머물러야 할 것이 소멸한 공간에는 케케묵은 대화만이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 문득 쌀쌀한 것은 곱디 고운 입으로 뱉은 마지막 것이 빙무氷霧인 탓. 두 눈송이 질은 바닥에서 애달픈 춤으로 뒹굴다 바람 따라 떨어진다. 쓰린 속에 양껏 들이부은 시간은 취하기에 턱없고, 하늘색이 된 다마스 밑 젖은 털이 싫은 괭이만 절로 곱되는 발자국 의아한 어두운 새벽. 오지 않아도 될 아침이 서두르고, 늘어놓은 것을 열고나게 주워 담으면 언제나처럼 빠뜨린 것이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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