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변명도 외로우니

쏜애플 - 시퍼런 봄

by 재영
식어버린 말을 지껄일 바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어쨌거나 달아나진 말아요.
오늘 하루를 살아남아요.


그런 거죠. 뭐랄까,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해변에서 머리끝까지 물에 담글 때 찾아오는 당혹스러운 고요? 갑자기 덩그러니 모든 줄이 끊어진 채로 내던져진 듯한 느낌? 분명히 발바닥에 모래의 감촉은 있는데 금방이라도 모든 것들과 영원히 작별할 것 같은. 네? 군중 속의 고요라구요. 음, 그런 어떤 정형화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이런 걸까요. 어쩌다 바람이 들어서 혼자 여의도에 벚꽃구경을 갔을 때, 나와 다른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 이들의 파도 속에서 받는 느낌? 아니면 이걸까요. 오래된 연인의 성의 없는 연락에서 느껴지는 생소함과 당황하고 비슷한? 어떻게 잘 표현할 수가 없겠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때의 내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웃긴 것이 뭔지 알아요? 나는 그때 정말로 온기? 진짜 연약한 실 같은 것이라도 필요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어쩌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그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이를 보잖아요? 그럼 나도 자연스레 나를 저 멀리까지 밀어버렸던 그 사람들이 썼던 얼굴 근육을 사용한다는 거예요. 심지어 내가 그 상태일 때도 말예요. 더 우스운 건 그 이도 저를 보고는 같은 표정을 짓는다는 거. 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그런 때에 연민을 느껴요. 동질감에서의 위안이 아니라 말예요. 우리는 알아요. 이건 어떻게든지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류의 것이라는 걸 말이에요. 그래서 가증스러운 동정밖에 서로 해댈 수가 없어요. 그저 나보다 먼저 가는 이가 그나마 덜했으면 하는 바람? 만약 조금의 인류애라도 남아있는 상태라면 말이죠. 그치만 나는 거기서 아무 따스함도 갖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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