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una -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마지막엔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테야.
우린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당신도 그런가요?
심지어 아빠와도 엄마와도 다르니 참 황당한 일 아니겠어요? 왜 우리한테는 다른 사람들이 갈망하고 환장하는 것들이 와 닿지 않을까요? 이상한 병에 걸린 걸까요? 아니면 잘못된 시절에 이곳을 들린 걸까요? 어째서 왜 우리 취향이라는 건 '마이너'스럽다고 하죠?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항상 의심의 눈초리들이 함께 하니까, 정말 우린 행복할 수 없는 걸까요? 많은 돈이 거추장스러운 것도, 화려한 껍데기의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도 아직 우리가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탓일까요? 그저 신나는 노래가 마음에 가라앉지 못하는 것도, 스펙타클한 액션 영화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도 그런 건가요? 우리는 이번 나들이에 이렇게 끊임없이 외로워야 하나요?
곱씹어봐도, 나는 이래요.
나는 쉽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오후 햇살 한 줌에 커피와 보사노바 조금이면 남은 하루마저 사랑스러워요. 지저귐을 담은 풍경소리는 금상첨화고요. 이상형보다 눈이 살짝 더 찢어진 사람의 속에서 따뜻한 향을 맡으면, 내 이상형은 절로 뱁새눈이 되어버려요. 장르가 무엇이던 진실된 전달과 약간의 인류애를 담은 예술은 전부 내 사랑이에요. 나는 착한 사람은 못 돼요. 다른 손들이 예고 없이 몸에 닿는 것은 거북한데, 손을 내밀면 언제나 무언가에라도 닿기를 바라니까요. 그렇지만 아주 약간의 이기가 더 허락된다면, 누군가들의 눈에는 자기 합리와 타협으로 보일 테지만, 이 소소한 행복이 끊이지 않는, 아니, 시간이 많이 흘러도 지금처럼 소소한 행복을 만질 수 있는 사람으로 오래오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