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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Dec 12. 2020

코로나 확진자 950명, K-방역은 결국 무너졌다.

국가의 방역 시스템을 넘어 개인의 방역으로





현재 국내 코로나 상황


오늘 일자로 12월 12일, 대한민국 코로나 확진자 수는 950명으로 마침내 신기록을 달성하였다. 국내 발생 928명, 해외 유입 22명으로 대구 신천지, 이태원 클럽 그리고 전광훈 사태에 이어 우리나라 역대급 최대 규모이다. 현재 수도권은 2.5단계이지만, 이대로라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3단계로 격상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나는 정부가 그토록 칭송하던 또는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겼던 K-방역은 이로써 권좌에서 내려와 막을 내렸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만큼 지금은 여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절대 위기의 순간이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의 모든 첨단 기술을 동원해도 속수무책으로 방어선이 무너질 만큼 어마 무시한 놈인 게 한번 더 증명되었다.


현재 서울은 9시 이후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대중교통 또한 30% 감축되어 거리에 사람들이 없어 한산한 편이다. 매해 첫날에 보신각에서 울려 퍼지던 제야의 종소리도 들을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왜 확진자가 줄지 않고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나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애통하는 심정이다. 이런 블록버스터급 재앙은 '부산행', '감기'와 같은 재난 영화에서나 볼 것 같았는데, 실제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혀를 내두르게 되며 허탈하기 짝이 없다. 과연 앞으로 우린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



기승전 '정부 탓', 그에 대한 변론


누군가는 오로지 기승전 '정부 탓'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한편으론 정부의 방역망이 촘촘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때론 너무 비상식적으로 지나친 거 아닌가 답답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헬스장 1년짜리 정기권을 취소해 지금은 공스장(공원+헬스장)이라 불리는 공원에서 추운 날에도 운동을 하고 매주 가던 목욕탕도 아예 안 가게 되었으며 주일 교회 예배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비대면으로 드리고 있다. 나의 삶에도 코로나가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우리 친형은 1월 초, 결혼을 앞두고 하객수 문제 때문에 날짜를 연기를 해야 할지 말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고 대전에서 추어탕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에게 종종 소식이 들려오는데, 장사도 안되지만 방역 때문에 손님들에게 식사 이외에 마스크를 쓰라고 권해야 하는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가족들은 코로나와 정부의 방역 때문에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정부를 크게 탓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문제는 빠른 전염속도에 치료제와 백신이 구비되지 않아 우릴 괴롭게 하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자체가 문제인 거지, 정부도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역이 과연 가능할까?


어떤 이들은 확진자가 적은 대만이나, 베트남 그리고 뉴질랜드 사례를 비교하며 정부의 방역을 폄훼하기도 한다. 대만은 애초에 중국과 교류가 단절된 나라이고 베트남은 공산국이어서 정부가 지자체의 봉쇄조치를 마음껏 강행할 수 있어 확진자 수는 적어도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다낭의 경제 상황을 알고나 떠드는 소리일까? 뉴질랜드는 지리적으로 멀어서 크게 관심도, 코로나 영형권에도 많이 벗어난 외딴 섬임에도 불구하고 등가 비교하고 있으니, 황당할 노릇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코로나 때문에 후진국이라면 아마도 하루에 20만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미국은 최하위 개도국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정부는 방역뿐만 아니라 경제도 같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방역의 고삐를 쌔게 틀면 음식점, 카페, PC방,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힘들어진다 하고 정부가 경제 살리기 정책으로 쿠폰을 풀면 확진자가 많아져 K-방역이 실패했다며 기레기들이 비판적인 기사들만 퍼 날르니, 정부로썬 난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박수 쳐줘야 하는 건 아닐지, 정은경 청장님은 침대에서 낙상하여 골절을 당해 팔에 깁스를 한채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복귀하였다고 한다. 수고하는 정부 당국과 방역 및 의료 종사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럼 누구의 탓인가?, 나의 잘못이다.


우선 근본적인 원인은 앞서 얘기했듯이 무섭고 빠른 전파력을 지닌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 그 자체일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바이러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재(人災)이기도 하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현상은 결국 생태계 파괴와 교란을 일으켜 우리가 그동안 직접적으로 접하지 않았던 동물들로부터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왔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에 더하여 더 빠르고 더 많이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세워진 세계화라는 국제 질서가 오히려 코로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어 이는 결국 팬데믹 현상을 빚어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 발생했을 당시 이를 은폐하고 철두철미하게 관리하지 못한 중국의 책임도 분명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지구에 살면서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이를 넘어 무한대로 낭비해가며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우리 또한 그 개인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따라서 이에 대한 대가를 현재 우리 모두가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상황은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처음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시작됐던, 중국 우한시? 아니면, 국내에 처음으로 크게 확산시켰던 대구 31번째 확진자 아주머니? 이것도 아니면, 이태원 클럽 이곳저곳을 배회했을 그들? 그것도 아니라면, 불법으로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최근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할로윈 축제 때 밖으로 뛰쳐나온 젊은 사람들과 민주노총의 집회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면밀히 살펴본다면, 과거처럼 어떤 특정 집단의 큰 사건의 계기보다는 무증상 확진자들에 의한 전국적인 산발적 감염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팽배한 의견이다. 나 또한 이에 대한 가능성을 일상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10월 중순 거리두기 조치가 1.5단계로 완화되었을 때, 정부 당국의 방역 지침에도 불구하고 다들 조금씩 긴장이 풀렸는지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를 제외하곤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동네 아주머니들은 이를 무시한 채 웃음소리와 함께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치킨집을 지나치다 보면 술에 취해 얼굴이 발개진 아저씨들의 무리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고 범칙금이 생겼는데도 가끔 길가다가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노인분들이 활보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하였다. 또한 수도권이 2.5단계로 격상되어 클럽에 갈 수 없게 되자 젊은 사람들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원정을 간다는 소문도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앞서 말했던 대유행은 그 집단의 경로를 파악하여 차단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감염되고 무증상 확진자들이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다고 하니 나도 언제 걸릴지 모르는 두려움과 공포심은 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기도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하루속히 이 상황이 종결되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맞이한 책임에 대해서 누군가를 지적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방역에 대하여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소홀하진 않았는지?, 수칙들을 꼼꼼히 잘 지켰는지 등 면밀히 따져본다면, 성경(요한복음 1:1-8)에서 간음한 여인을 두고 예수님께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고 말하자 모두가 자신의 죄를 인식하고 그 자리를 떠났던 것처럼, 우리 모두도 크던 작던 이번 사태에 대해 각자의 몫만큼 분명 자유로울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희망, 무조건 버텨야 한다.


희망적인 건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백신 개발에 나서면서 최근에 FDA의 빠른 승인을 거쳐 화이자 같은 경우 벌써 며칠 전 영국에서 접종이 최초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2명에게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등 안전한지 여부를 지켜봐야 하므로 아직까지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백신 구매에 나서며 가격이나 유통과정 면에서 우수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물량을 확보하였지만, 부작용 사례들 때문에 FDA 승인이 지연되면서 약간의 혼선을 빚고 있는 중이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이지만, 사실상 코로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방역 및 의료 인력과 경찰 그리고 노약자와 같은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접종한다고 하니, 일반인들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듯싶다. 따라서 그때 동안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버티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책일 것이다.


결론으로 들어가, 현재 우리나라의 K-방역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동안 세계적으로 비춰 봤을 때 비교적 선방했으며 이보다 더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2.5단계를 유지할지, 3단계로 격상할지 여부를 놓고 "이미 늦었다", "경제 망쳤다" 등 분개하여 싸우기보다 정부의 방역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방역을 5단계 수준으로 높인다면, 과연 지금처럼 코로나가 활개를 칠 수 있을지 곰곰이 따져봤으면 좋겠다. 그런데 항상 그렇겠지만, 잘 지키는 사람들은 잘하고 안 지키는 사람들이 안 해서 문제일 것이다. 부디 이 글이 모두에게 전달되어, 코로나 국면으로부터 한번 더 힘과 지혜를 모아 이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그리고 나 또한 방역에 좀 더 예민해져 철저히 지켜나가길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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