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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ul 06. 2020

(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 추가 폭로 증언하다.

No. 001 / 2020. 07. 06



오늘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에게서 추가 증언이 나왔다. 경주 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철인 3종 경기)의 감독과 팀 닥터 그리고 주장 선수 등이 지명 대상이었다. 최숙현 선수의 자살은 이들의 폭행과 폭언, 성추행 그리고 이간질을 통한 집단 따돌림 등의 인한 것으로 진술됐다. 체육계는 그동안에도 많은 문제의 진앙지였다. 작년에는 빙상계 심석희 선수가 코치로부터 폭행과 성폭력을 수년간 당해왔다고 미투 운동을 벌이기도 했었다. 매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안에, 뿌리 박혀있는 폐쇄적이고 상하 복종 관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최숙현 선수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그녀가 경험했던 고통의 강도와는 다르겠지만, 나도 한때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집단의 따돌림은 너무 거대해서 반항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나의 목소리를 내봤자 미친놈 취급을 할 테니. 차라리 순응하는 척하며 그들과의 거리를 두는 게 상책이었다. 누군가는 '왕따'를 정의 내릴 때 왕따 당할만하니깐 당했을 거라고. 물론 그런 미운 오리들은 분명 어딜 가든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없는 자리에서 남들에게 험담을 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때려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나와 다른 사람이더라도 어떻게 같이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 '그녀' 그리고 많은 '피해자'가 반드시 미운 오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디까지나 "왕따 당할만하니깐" 이런 말들은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겪은 무게는 나와는 확실히 달랐던 것 같다. 누가 봐도 철인 3종 경기만큼 힘든 운동이 없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움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겠지만, 꿈과 현실 가운데서 오는 괴리감이 아니었을까.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큰 꿈을 품고 스포츠계에 들어왔을 텐데, 현실은 폭언과 폭행, 성추행과 집단 따돌림이라니.. 그녀의 인격은 묵살당했고 존중은 실종됐으며 꿈이 도대체 뭔지, 그 단어가 애석할 정도로 인내가 아닌 지옥을 이겨내야 함이었다. 그런 앞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두운 터널에서 끝을 알 수 없으니, 차라리 죽는 편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 모두는 폭력 앞에 자유롭지 못하고 수치심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오늘 나온 동료들의 추가 증언이, 제발 묻히지 않고 의문이 풀어져 하늘나라에 있을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아픔이  어루만저졌길. 그리고 문제가 있는 경산 시청 팀 내의 범죄 사실이 제대로 조사되고 하나도 빠짐없이 진실이 밝혀져 죄가 있다면 조속히 처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체육계 현실을 아는 미래 세대들이 과연 스포츠에 발을 디디고 꿈을 키우며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선수가 세계 무대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싶어 할지 의문이 든다. 정의와 공의가 하루빨리 실현될 수 있기를. 그리고 늦었지만 진심으로 최 선수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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