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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Dec 15. 2020

조두순 출소, 유튜버들의 돈벌이 대잔치 되다.

양심과 도덕성을 잃어버린 슬픈 현실





조두순의 출소, '나영이 사건'


지난 12일(토) 조두순이 모두의 걱정과 염려 속에 결국 출소를 하였다. 그는 2008년 12월 11일 아동 성폭행범으로 입건되어, 12년의 징역형을 살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건이 최초 발생했을 당시, 뉴스 매체를 잘 접하지 않아 국내 이슈에 어두운 편이었던 어린 나도 어렴풋하게 그때의 일을 기억할 정도이니, 그의 잔혹성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조두순이라는 이름은 사실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드모트처럼 공포스러운 존재여서 직접 부르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까닭이었을까?


내가 분명 무지한 탓도 있겠지만, 세상에 알려졌을 땐 이미 '나영이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매스컴에 뜨겁게 도배되어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피해자의 이름이 더 각인되었던 것도 사실이다.(물론, 나영이는 가명이다.) 지금도 별 다를 바 없겠지만, 범죄자보다 피해자의 이름과 신상이 더 궁금했던 세상이었기에, 피해자 중심으로 기술되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래도 현재는 범죄자의 신분과 이름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조두순 사건'으로 서술되고 있으니, 그나마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아 본다. 그리고 여전히 그를 용서하지 못하고 육체적,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와 그의 가족분들에게 이자릴 빌어 심심한 위로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보통의 범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인데, 조두순이라는 인물은 12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우리 사회에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그와 관련된 논란거리는 여럿 존재하는데, 검찰과 법원의 비상식적 처리 과정과 처벌 수위, 출소 이후 주거지가 피해자의 거주지역과 겹치는 부분, BJ 및 유튜버들의 방문으로 혼비백산이 되어버린 안산 지역 등이다.


과연, 검찰과 법원은 조두순을 제대로 처벌했는가?


그는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을 만큼 잔혹하고 변태스러운 '아동 성폭행' 흉악범이다.

(조두순은) 피해자에게 교회에 다녀야 한다면서 피해자를 교회 안 화장실로 끌고 갔다. 피고인은 그곳에서 피해자에게 수차례로 성행위를 강요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때리고, 이에 피해자가 저항하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절시킨 후,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강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최소 8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복부, 하배부 및 골반 부위의 외상성 절단의 영구적 상해 및 비골 골절상 등을 가하였다. - 조두순 사건, 위키 백과 -


그의 범행은 상상하기 조차 힘들 정도의 끔찍한 일들이어서 그 자체만으로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 모두를 경악케 했다. 이와 더불어 공분을 샀던 또 다른 이유는 석연치 못했던 검찰과 법원의 처리과정과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에 가중처벌을 가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 특별법)'을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강간상해죄'만 적용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물론, 검찰은 1심에서 무기징역의 형벌을 호소하였지만, 법원은 그가 나이가 많고 술에 취해 심신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참작하여 기대에 못 미치는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결국 최종적으로 12년형이 확정됐다.


당시에 대법원 판례 때문에 무기징역을 감경할 경우, 법원은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도 유기징역이 가중되면 최대 25년까지 선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기징역을 감경할 시 최대 25년까지 선고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결국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그의 형벌은 12년 형에 그치게 되었다. 만약 앞서 말한 부분이 적용되었다면 최소 18~20년형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당시에 일반적인 논리였다. 결국 후대에 와서 법이 많이 개정되었지만, 애초에 검찰과 법원이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하고 판결을 내렸다면 현재 피해자가 이사 가는 일은 연기되거나 안 가도 될 상황으로 연출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검찰과 법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안산을 떠난 피해자,

안산을 찾은 유튜버.


조두순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살기로 한 자택의 위치가 피해자 거주지역과 반경 1km 이내에 있었기에, 피해자 가족들은 그를 피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12년 수감 생활하는 동안 자신의 죄를 인정하거나 나영이에게 용서를 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언제든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나영이는 현재 키나 외모가 달라졌음에도, 조두순이 자신을 알아볼 것 같다는 막연한 공포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 옆에 미운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미쳐 죽을 것 같은데, 자신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던 범죄자와 한 지역에 같이 살게 될 나영이네는 오죽했을까? 만약 떠난다면 범죄자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맞지, 나영이네는 이번엔 삶의 터전을 잃고 다른 곳에서 새롭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 또 다른 시련을 겪게 되었다. 이 비현실 같은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였을까? 많은 시민들이 정의감에 휩싸여 조두순의 출소만을 기다리며 다들 유튜브나 SNS를 통해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마치 때려눕혀 응징할 것처럼 사이다 발언들을 쏟아냈다. 만약 내가 나영이였더라면, 같이 공분해주고 응원해주고 자기 일도 아닌데 나서 주는 시민들 덕분에 든든하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안도감은 예상과 달리, 도리어 많은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극성 아프리카 BJ와 유튜버들이 조두순 자택에 찾아가 고성을 지르고 배관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을 연출하였고 짜장면을 시켜먹는 등 온갖 소란스러운 행동을 일삼아 인근 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이다. 결국 4명이 입건, 경찰에 약 90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갔다고 한다. 그들이 모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나영이의 복수를 위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카메라가 없었다면 그런 행세를 이어 갈 수 있었을까? 결국 그들은 조회수와 돈의 노예가 된 관종일 뿐이다. 그리고 어찌 됐건 12년의 구형을 살고 나온 자유인을 자기가 아무리 슈퍼히어로가 돼서 응징한다고 한들, 이번엔 본인들이 가해자가 될 뿐이다. 또한 그걸 지시하면서 별풍선을 뿌린 사람들은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따라서 그들의 행동이 그렇게 재밌지도, 크게 감동적이지도 않기에, 이젠 그만 멈춰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자신들의 행동이 결코 나영이를 위한 것이 아님을, 정의를 가장한 사기극에 가깝기 때문에, 도리어 나영이와 그 가족들이 상처 받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람이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는 건데, 제발 사리분별 좀 제대로 했으면..


봉사라는 것은 비록 나 자신에게 큰 유익이 없더라도 전적으로 자신을 희생해서 남을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봉사이지, 지금의 행태는 그냥 거짓이고 위선이며 나영이를 이용한 것 밖에 안 되는 미친 짓에 불과하다. 제발, 방송인이라면 우선적으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 좀 갖춰주길, 자신들의 쾌락을 좇아 남들에게 눈살 찌푸리게 하지 말고 품격과 진정성을 가진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하길 진심으로 바라겠다.



만연한 성범죄, 누가 타겟이 될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는 성폭력과 관련된 무수한 사건, 사고들이 존재한다. 권력형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 최근엔 N번방 사건처럼 디지털 성범죄 그리고 조두순 사건과 같은 아동 성폭력 등. 이런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어떻게 저럴 수 있지!?"하고 크게 분노했다가도, 어느 순간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부터는 "세상에 또라이들 진짜 많네"하며 조금씩 무뎌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나도 여자였더라면, 크든 작든 살면서 한 번쯤 성범죄에 노출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밤에 돌아다니는 거나 식당 화장실을 혼자 갈 때 왠지 무섭고 찝찝하진 않았을까?


나부터 주변에 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이며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제2의, 제3의 나영이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또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미래의 내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당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남의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 일이다 생각하며 피해자들을 공감하고 연대해나가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연대의 의미는 Me too 운동이 될 수도, 법을 개정하는 일에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할 것이다. 다만 이번처럼, 유튜버들의 방식은 절대 취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나의 작은 관심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결국 큰 울타리를 형성케 하여, 성범죄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고 예방할 수 있기를, 그래서 마음 놓고 이 세상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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