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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 저희 집 팥죽 한 그릇 어떠신가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 결과 발표 소감

by 온유




동지(冬至)의 뜻과 팥죽의 효능


어제는 양력 12월 21일 우리나라 24절기 중 하나인 22번째 '동지(冬至)'였다. 동지는 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이고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라고 한다. 동짓날은 '작은 설'이라고 불릴 만큼 큰 의미를 지녔는데,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동지' 참고)


보통 이날엔 팥죽을 쑤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풍습을 가졌고 팥의 색이 양색이므로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우리 조상들은 실제로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는 팥죽에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하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의 성분이 골고루 함유되어, 섭취 시 소화 능력 향상, 피로감 개선, 노폐물 제거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하니, 겨울철 균형 있는 영양식으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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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팥죽 만들기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결과 소감


동짓날과 동시에 어제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 결과 발표날이기도 했다. 수상자 10인의 작가를 선정하는 자리에서 약 3,700개의 작품이 올라왔다고 하니, 이는 특별상 5명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대략 '250:1의 경쟁률'로 역대급 공모전임에는 틀림없었다. 경쟁률 탓이었을까, 나의 실력 탓이었을까? 초조해가며 결과를 기다렸던 어제, 나는 쓰디쓴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처음으로 겨우 완성한 브런치북이 감히 수상 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지난 9개월을 집필과 퇴고를 무한 반복해가며 '수상할 것처럼' 노력했기에,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내 브린치북은 아프리카에서 고군분투하며 해외봉사를 펼쳤던, 나의 땀과 눈물이 섞인 영혼이 깃든 인생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3,700개의 브런치북을 줄 세운다면, 나는 몇 번째 순위를 달성했을까? 그리고 13인의 수상자를 제외한 그 많은 브런치북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입상조차 없는 뼈아픈 현실은 내 브런치북이 무엇이 부족했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키면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그 누구에게도 답변을 들을 수 없어 비참하기 그지없다. 작가는 꿈과 이상을 먹고 산다지만, '허쉬(JTBC 드라마)'에서 임윤아가 "밥은 펜보다 강하다"라고 했던 말처럼 우리는 현실 속에서 밥을 먹어야 그 힘으로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브런치팀이 분명 고생을 많이 했겠지만, 좀 더 많은 작가들에게 입상 또는 장려상 등과 같은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면 좋겠고, 당선작에 대한 기준과 평가 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명확히 공개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탈락한 작가들이 나와 같은 허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어머니와 할머니는 동짓날이라고 정성스레 팥죽을 끓여주셨다. 할머니는 요리를 좋아하시고 솜씨 또한 일품이시다. 그녀는 직접 새알심을 빚고 팥을 끓여서 '새알심 팥죽'을 단시간 내에 뚝딱하고 만들어 냈다. 붉고 갈색 빛의 팥죽과 작고 귀여운 동글동글한 새알심이 보암직하고 먹음직스럽다. 팥죽의 간을 맞추기 위해 설탕 대신 약간의 꿀을 넣기도 하였다. 마침내 처음 한 숟가락을 드는 순간, 성경에서 에서가 사냥을 갔다온 뒤 팥죽 한 그릇의 유혹을 못넘기고 동생 야곱에게 장자권을 팔았듯이 매우 달고 맛있었다. 그런데 정말 팥죽의 기운 덕분이었을까? 오늘 하루 우울했던 마음이 갑자기 좋아지면서 정말 악귀가 쫓겨나간 기분이었고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밥은 펜보다 강하다"라더니, 팥죽의 힘으로 나는 또다시 어느새 새로운 글을 작성하고 있었다.

우리 집 새알심 팥죽!



앞으로의 계획


나의 글쓰기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애초에 공모전 당선이 목표가 아닌, 내 책 한 권을 갖는 것이 목표이었으므로, 나는 이 브런치북을 바탕으로 부크크를 통해 POD 방식의 출판을 할 예정이다. 책의 경제적 수익이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나만의 특별한 책을 갖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끝까지 달려갈 것이고 그 끝에는 한층 더 성장한 내 모습과 더 많은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또한 나는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게 언제나 즐겁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모전에 당선되신 13인의 작가님들 모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리고 당선되진 않았지만, 응모하셨던 모든 작가님들도 모두 고생 많으셨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우리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색과 맞는 제대로 된 기회를 아직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기분이 우울하다면, 오늘 팥죽 한 그릇 먹으면서 기분 전환해보는 건 어떨까? 아, 맞다! 근데, 이번 동지는 음력 11월 초순에 해당하는 '애동지'라서 사실, 팥죽 말고 팥떡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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